김세아(13)양은 주일예배 때마다 늘 혼자 앉는다. 교회에 친구가 없다. 교인 20여명 중 또래는 친오빠가 유일하다. 학교 친구들이 가는 대형교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세아양은 목회자 자녀다.
학교 친구들이 교회학교에서 뛰놀 시기에도 세야양은 봉사에 나서야 했다.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임마누엘교회(김태현 목사) 주일예배에서도 세아양은 맨 앞자리에 앉아 찬양 PPT를 넘겼다. PPT 봉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도맡았다.
한데 지난해 12월부터 세아양에게 변화가 생겼다. 박소영(27)씨가 임마누엘교회에 온 뒤부터다. 지난 16일 PPT 키보드를 누르는 세아양 건너편에서 박씨는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박씨는 임마누엘교회 정식 교인이 아니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이웃교회섬김부에서 왔다. 이웃교회섬김부 소속 교인 4명과 함께. 이들은 임마누엘교회에서 찬양 인도와 반주, 소그룹 리더 역할 등을 맡고 있다.
세아양은 “교회 선생님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박씨는 임마누엘교회 주일학교 교사도 맡고 있는데, 세아양에겐 첫 번째 주일학교 교사나 다름없다. 박수안 임마누엘교회 사모는 “교인 대부분이 연로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라며 “개척 이래 수년 동안 교사를 맡아줄 청년이 없었는데, 삼일교회에서 교사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사모는 “그간 아이들을 돌볼 교사가 없어 다음세대 전도를 하지 못하고, 또래가 없어 다음세대가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이제 교사가 있으니 올봄부턴 다음세대 전도에도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도 작은교회에 다니는 다음세대를 세우고 있다. ‘다음세대 선교사’ 파송을 통해서다. 다음세대 선교사는 미자립·개척교회 교육부를 섬기는 사역자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사역자로 청빙되고 사례비도 전액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받는다. ‘미자립교회엔 일회성 지원금보다 다음세대를 세울 사역자가 절실하다’ ‘작은 교회엔 공고가 나도 지원자가 없다’는 고민 끝에 교회는 이 같은 파송 사역을 시작했다.
교회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두 교회씩 총 미자립교회 6곳에 다음세대 선교사를 파송했다. 다음세대 선교사는 미자립교회 교육부가 자립할 수 있도록 1년간 평신도 교사와 다음세대를 세운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다음세대 10명 안팎 출석을 자립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곽승현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세대 선교사 파송엔 ‘지역 교회를 잘 섬겨야 결국 우리교회도, 한국교회도 산다’는 사역 정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혹여 다음세대가 바글바글 모이지 않더라도 한 영혼이라도 살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지역교회와 연합할 때 한국교회 미래인 다음세대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