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아파트’ 편법 증여 정황 포착… 국세청, 부동산 탈세 조사

입력 2025-02-17 16:37
국세청. 연합뉴스

부모의 지원으로 50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뒤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국세청에 포착됐다. 다운계약 거래로 양도 소득을 축소 신고한 이들도 있었다.

국세청은 고액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변칙적·지능적 탈루 혐의자 15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17일 밝혔다. 편법 증여, 신고 누락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5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 가운데 A씨의 경우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약 50억원에 사들였다. 과세당국은 A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전 A씨의 부친이 고액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보유 중이던 상가도 매각한 정황을 포착했다. 배당금과 상가 매각 금액은 총 50억원 상당이었다. 이들의 소득·재산 상태와 자금 여력을 미뤄 볼 때 A씨가 부친의 지원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나 증여세 신고 내역은 없었다.

2주택자가 친척 등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하고, 가격이 급등한 다른 한 채에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해 양도하는 방식 등 ‘가장매매’를 이용한 37명도 확인됐다. 이들은 폐업 상태인 부실 법인에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양도하고 법인이 단기간에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로 재양도하는 수법으로 세금 부담을 법인에 떠넘기고 양도세 납부를 회피하기도 했다.

다운계약 거래로 양도소득을 축소 신고한 37명도 적발됐다. 양도인 B씨는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에 당첨되고선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자 4억~5억원대의 프리미엄을 붙여 20억원대에 분양권을 양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축소하고자 양수인 C씨와 공모해 거래금액을 낮춰 다운계약하고 차액은 별도 지급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을 통해 실제 대금 지급 내역을 확인하고 양도소득세를 재계산한 뒤 탈루세액을 추징하고 비과세·감면 적용을 배제할 예정이다.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끼리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매하는 수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29명도 조사 대상이다. 본인이 소유하던 아파트를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로 자녀에게 양도하는 식이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주택 정비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지역의 도로 등을 사들인 후 지분으로 쪼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탈세한 기획부동산 18명도 포함됐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도로 지분을 취득하면 향후 정비사업 시행 시 고액의 현금보상을 받거나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과장 광고해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막대한 양도차익 관련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실제 근무하지 않은 직원의 인건비를 허위로 계상하고 전주(錢主) 이익금을 골드바로 변칙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