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빅6’로 불리며 늘 상위권이었던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각각 14위, 13위라는 어색한 순위에서 만나 벼랑 끝 승부를 펼쳤다.
경기는 손흥민이 결승골의 기점 역할을 한 토트넘이 맨유를 꺾었지만, 상위권으로 올라가기보단 하위권의 추격을 받는 처지는 변함이 없었다.
토트넘은 17일(한국시간) 영국 토트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 2024-2025 EPL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13분 나온 제임스 매디슨의 득점을 지켜내며 1대 0 승리를 일궜다. 지난 2일 브렌트퍼드와 24라운드에서 2대 0 승리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던 토트넘은 이날 맨유를 잡고 2연승을 달렸다. 승점 30점을 쌓은 토트넘은 20개 팀 가운데 14위에서 12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2연패에 빠진 맨유(승점 29)는 15위로 두 단계 하락하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부 리그 강등권인 18위 입스위치(승점 17)와 승점 12 차이로 아직은 여유 있으나 시즌 중후반기 15위라는 처참한 순위에 자리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4-3-3 전술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3차례 슈팅을 쏘고 4차례 중요한 패스를 찔러주는 등 선전했다. 전반 12분 날카로운 발리슛으로 매디슨의 득점에 발판을 놓아 팀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 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평점 7.5를 줬고, 풋몹은 평점 7.8을 매겼다.
골키퍼 비카리오가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는 점도 토트넘의 성과다. 지난해 11월 발목 골절로 수술대에 올라 12경기를 결장했던 비카리오는 이날 복귀전에서 6차례 세이브를 달성하는 활약을 했다. 다만 22개의 슈팅과 유효슈팅 7개를 날리고도 한 점밖에 뽑지 못한 득점력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맨유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시즌 스쿼드(선수단)가 역사상 최악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면서 강팀, 약팀 할 것 없이 어려운 경기를 펴고 있다. 맨유는 리그에서만 20회 우승한 ‘전통의 명가’다. 1992년 출범한 EPL에서만 13차례 우승했다. 2012-2013시즌 마지막 우승 이후에도 2~6위권을 유지해왔다. 맨유와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 첼시 등과 함께 ‘빅6’로 불렸다. 이런 맨유는 지난 시즌 8위를 기록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고 올해 중간순위 15위까지 떨어지면서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다.
시즌 중 경질된 에릭 텐 하흐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후벵 아모링 감독도 궁지에 몰렸다. 아모링은 지난해 11월 팀을 맡은 이후 정규리그 14경기에서 8패(4승 2무)째를 당했다. 그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선수들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나의 일을 확신하고 있고, 그저 승리하고 싶을 뿐”이라며 “나 자신보다 팀의 순위가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