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2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에 대해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라며 사회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했다.
나 교수는 “저는 개인에 대한 언급은 잘 안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사회·경제, 심리,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번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소식을 본 것은 생계가 어려워 알바를 한다는 기사였다. 기사뿐 아니라 일한 카페까지 온갖 악플에 시달리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며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을 멈출까.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CBS ‘김현정의 뉴스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바 있다. BBC, 타임지 등 다양한 언론과 인터뷰하며 한국 사회의 정신 건강 인식 개선과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앞서 김새론은 전날 오후 4시54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2001년 잡지 ‘앙팡’ 아역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2009년 영화 ‘여행자’를 시작으로 ‘아저씨’ ‘도희야’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2022년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연극 '동치미'를 통해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복귀가 알려진 뒤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하차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