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여성가족부는 길원옥 할머니가 이날 오후 6시쯤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3살이던 1940년 만주에 가면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위안소로 끌려갔다. 이후 누구에게도 끔찍한 피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살다가 1998년 용기를 내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이후 길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 왔다. 매주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도 참석,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호주와 캐나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힘썼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은 “길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라며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게 돼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생전에 많은 풍파를 겪으셨던 만큼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233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5.7세다.
신 직무대행은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께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 지원하는 한편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의 빈소는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30분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