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별세…생존자 7명

입력 2025-02-17 09:43 수정 2025-02-17 10:2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017년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음반 '길원옥의 평화'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여성가족부는 길원옥 할머니가 이날 오후 6시쯤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3살이던 1940년 만주에 가면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위안소로 끌려갔다. 이후 누구에게도 끔찍한 피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살다가 1998년 용기를 내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이후 길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 왔다. 매주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도 참석,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호주와 캐나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힘썼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은 “길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라며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게 돼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생전에 많은 풍파를 겪으셨던 만큼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233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5.7세다.

신 직무대행은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께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 지원하는 한편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의 빈소는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30분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