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공세’에 전전긍긍 대만, “미국산 구매 확대” “민주국가 단결해야”

입력 2025-02-16 17:45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대만이 전전긍긍하며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우청원 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대만은 민주주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국가 간의 단결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분업이 필요하다. 각국이 독특한 산업적 강점을 가진 만큼 한 국가가 모든 기술을 완전히 장악하거나 독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네덜란드 미국 한국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서 각자의 강점이 있고 이들 민주주의 국가의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과 시너지가 창출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집결하는 만큼 민주국가들이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조금 만들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반도체가 대만에서 만들어진다”면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 우리는 그 사업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산업을 살리기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에 경영난에 빠진 인텔을 인수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14일 고위급 국가안전회의(NSC)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이날 회의를 주재한 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 대한 투자와 구매를 확대하고 양국 간 무역 균형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반덤핑과 불공정 경쟁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며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타이완과 미국의 전략적 경제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선 TSMC가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릴 정도로 반도체산업이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대만은 TSMC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중국의 대만 침공을 세계 각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