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30대로 나타났다. 2023년 처음으로 40대를 추월한 이후 2년 연속이다.
통상 30대는 40대보다 경제적 능력이 낮아 고가 자산인 아파트 매수 비중이 비교적 낮다. 또 대출상환 부담으로 고금리일수록 소극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됐음에도 30대 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 영향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거래된 아파트 49만2052가구 중 30대 매입 비중은 26.6%(13만973명)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는 26.2%(12만8920가구)로 뒤를 이었다.
전국 아파트 연령대별 매입비중은 2022년까지 40대가 1위였다. 하지만 최근 2년간 30대가 추월했다. 이는 신생아 특례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의 저금리 정책대출 영향이 크다.
2023년에는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하자 1~3분기 30대 매입이 40대를 앞섰다. 그러다 같은 해 9월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 대출이 중단되자 4분기에 30대 매입 비중이 40대보다 낮았다.
지난해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의 자리를 대신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내 출산·입양한 가구에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주택구매자금대출(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 대상)로 연이율(1.6%~3.3%)이 시중은행보다 저렴하다. 30대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주 수혜 연령대기도 하다.
지난해 월별로는 30대 비중이 1~8월 높고, 9~11월 40대에 추월당했다가 12월에 다시 앞질렀다. 상반기에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혼부부 실수요가 늘었고,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규제 강화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가 이후 대출규제 강화로 냉각기가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9월까지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으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에 맞는 9억원 이하 매물들이 줄었다가, 냉각기를 거치며 일부 30대 매입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40대 비중이 많았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30대의 매입 비중이 높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40대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으로 매입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한편으로 30대 대부분이 ‘아파트 키즈’여서 신혼부부들이 일찍이 아파트 매입에 나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30대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출산한 가구에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연 소득 2억5000만원(기존 1억3000만원)까지 3년간(2025~2027년) 추가 완화됐다. 특례 대출 기간에 또 출산하면 금리를 0.4% 포인트(현행 0.2% 포인트)까지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다만 올해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등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어서 30대의 매수세가 종전보다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