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4·이탈리아)의 ‘도핑 스캔들’이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신네르가 5월 열리는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16일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신네르의 도핑 양성 반응에 따른 징계를 5월 5일까지 3개월 출전 정지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네르는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금지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신네르는 “물리치료사의 마사지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고,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이를 받아들여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테니스계 곳곳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WADA는 ‘신네르에게 출전 정지 징계가 필요하다’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신네르는 4월 CAS에 출석해 소명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WADA와 신네르가 3개월 출전 정지 징계에 합의하면서 CAS 제소가 취소됐다. WADA는 애초 최소 1년의 출전 정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한 신네르의 손을 들어준 판단이나 다름없다. 징계가 이뤄지더라도 올 시즌 랭킹포인트를 따내는 데 큰 제약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5월 말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신네르는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을 무리 없이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신네르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 등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한 바 있다.
테니스계에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프랑스 대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이제 앞으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는) 누구라도 신네르처럼 WADA에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닉 키리오스(호주) 역시 소셜미디어에 ‘우승 기록이나 상금이 모두 그대로인데, 이것이 징계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테니스에 있어서 슬픈 날’이라고 지적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