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0년 훌쩍…추모공원은 여전히 안갯속

입력 2025-02-16 13:30 수정 2025-02-16 13:32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마련된 기억공간 모습. 뉴시스

22주기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을 앞두고 추모공원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법정다툼까지 벌였지만 추모공원 조성 사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16일 대책위 등에 따르면 최근 대책위가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수목장지 사용권한 확인 소송(대구지법)에서 원고 기각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의 유골을 수목장 하기로 했다는 대책위와 대구시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족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이면 합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지난해 대구지하철참사의 희생자 유골 전부를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 안치시켜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시민안전테마파크에는 희생자 32명의 유골이 이미 수목장 형태로 안치돼 있다. 시민안전테마파크에 안장된 32기를 제외한 160기 유골은 경북 칠곡군 지천면 대구시립공원묘지나 개인 선산 등에 안치돼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2005년 대구시와 체결한 추모사업 이면 합의에 따라 2009년 희생자 중 32명을 수목장으로 안치했지만 이후 대구시가 이면 합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면합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구지하철참사는 대구시민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참사 후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건립,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기억공간 조성, 2·18안전문화재단 출범 등 다양한 추모 사업이 추진됐지만 추모공원 조성만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걸음을 떼지 못했다.

추모공원은 해묵은 난제다. 참사 후 희생자 가족들이 추모공원 설립을 대구시에 요구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입지 선정이 어려웠다. 2005년 대구시와 희생자 가족들이 팔공산집단시설지구 내 시유지에 테마파크(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건립, 안전 상징 조형물(추모탑) 설치에 합의했고 인근 상인들도 추모관 제외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이후 희생자 가족들이 테마파크에 추모공간 의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하면서 인근 상인들과의 갈등이 재연됐다.

2017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명칭을 추모공원으로 바꾸는 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여전해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대책위가 패소했다. 대책위는 항소할 방침이다.

한편 대책위는 18일 사고 발생 시각인 오전 9시53분부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추모탑 앞에서 22기 추모식을 연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