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 지하 예배당 문틈으로 하얀 연기가 들어왔다. 곧이어 사이렌 소리가 교회 전체에 울렸다.
“경보음 울렸습니다. 경보음이 울린 지점 확인하고 있습니다.” 예배당에 앉아있던 장근석(54) 집사는 경보음의 작동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본당 밖 비치된 유선전화를 바쁘게 돌렸다. 같은 시간, 강대상에서 설교하던 부목사는 “경보음의 원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앉아있는 성도를 안심시켰다.
이날 신반포교회에서 화재 비상 대피 교육과 훈련이 진행됐다. 경보 오작동 상황, 지하층 화재 상황, 지상층 화재 상황 등 임의로 설정된 상황이 지시되자 교역자와 예배 안내위원 등 50여 명의 교회 직원과 각 부서 위원장은 모의로 연출된 상황에서 지침에 따라 움직였다. 대피 훈련을 지휘한 주성준(60) 집사는 “한 공간에 700~800명이 모여있는 곳에서 대피할 때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압사 사고”라며 “교인들의 혼란을 줄이고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인명 피해 없이 탈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반포교회는 일반적 화재 대피 훈련 안내서에 교회만의 특수성을 더해 지침을 제작했다. 화재 대피 지침은 공학 박사 출신인 주 집사의 연구 끝에 6개월 만에 제작됐다. 그는 관련된 논문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교회 특성과 구조를 반영한 재난 대비 피난 안내도와 훈련 과정을 만들었다.
주 집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찬양대 부위원장을 맡아 안전교육을 진행하려고 했을 때 일반적인 화재 예방 교육 자료가 우리 교회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교회에 고령층이 많고 건물이 노후화됐으며, 지하 예배당에 수백 명에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특수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시 비상 대피를 위한 연구를 통해 주 집사가 얻은 결론은 역할 분담과 탈출구 파악이다. 주 집사는 “대피 안내, 노약자 부축 지휘, 소화기 반입 지시 등 비상 상황에서 예배 관계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계단에 피난유도선을 붙이고 교인들이 보기 쉬운 곳에 피난 안내도를 부착했다”고 말했다.
훈련이 끝난 이후 훈련이 어땠는지, 화재 지침이 어떻게 보완되면 좋겠는지를 토론하는 시간도 눈에 띄었다. 정탁교(59) 집사는 “부족한 점을 나누고 대피 체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우리교회만의 화재 대피 훈련을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교육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형준(66) 장로는 “이론으로만 알고 있다가 실제적인 훈련을 받으니 화재 상황에 더욱 경각심이 생긴다”며 “예배위원뿐 아니라 주일학교와 청년들에게도 비상대피훈련의 중요성을 교육해야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