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E vs T1 올라프의 유통기한은?

입력 2025-02-15 19:05 수정 2025-02-15 20:28
LCK 제공

“이 중에서 후반에 기분이 가장 나쁜 건 ‘제우스’ 최우제(올라프)다.”

13일 열린 2025 LCK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 한화생명e스포츠 대 T1전. 이채환 해설은 5세트 경기 양상을 설명하면서 10개 챔피언 중 ‘제우스’ 최우제가 고른 올라프의 힘이 가장 먼저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해설이 내놨던 전망과는 다르게 최우제는 게임 후반까지도 올라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오히려 게임 후반에 더 빛났다. 중요한 한타 상황에서 T1 진영 한가운데로 파고들어 상대 딜러들을 잡아냈다. 한화생명이 게임을 끝내는 힘이 됐다.

“올라프가 조합적으로 ‘따봉’이었다”는 게 파일럿 최우제의 생각. 그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타에서 웬만하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무와 스카너가 맞대는 상황에서 상대가 아무무 쪽에 쏠리면 올라프가 (딜러진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같은 구도나 밴픽도 선수, 해설자나 관계자마다 다른 의견과 해석을 내놓는데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면 나름 타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는 것도 리그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 해설은 왜 올라프의 ‘유통기한’이 짧다고 평가했을까. 15일 이 해설의 생각을 들어봤다. 우선 이 해설은 20분경 ‘스매시’ 신금재가 ‘피넛’ 한왕호(아무무)를 잡아내고 드레이븐의 패시브 ‘드레이븐의 리그’를 활성화했을 때 상대편 앞라인인 올라프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고 봤다. 즉, 앞라인끼리 부딪치며 들어가는 정석적인 한타에서 T1이 크게 유리해졌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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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딜러 출신인 이 해설은 당시 방어구 관통력 아이템의 유무에 집중했다. 이 해설은 “드레이븐이 한번에 1000골드를 획득했다. 이후 원거리 딜러 아이템을 비교해보면 칼리스타는 몰락한 왕의 검, 구인수의 격노검, 광전사의 군화를, 드레이븐은 피바라기와 필멸자의 운명, B.F 대검을 보유했다”면서 “그 상황에서 앞라인 녹이기 한타를 펼치면 올라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해설은 “칼리스타는 2코어(몰왕검·구인수), 드레이븐은 2.5코어(피바라기·필멸자·B.F)인데 단순 코어 갯수 이상으로 방어구 관통력 아이템 유무가 중요하다”면서 “원거리 딜러 2코어 타이밍에 탱커들이 쇠사슬 조끼만 추가해도 물리 피해를 덜 받는다. 방어력 100 기준으로 물리 피해 감소 효과가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해설의 예측과는 달리 한화생명이 이후 슬기롭게 게임을 풀어나가고,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면서 게임의 양상과 챔피언의 가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해설은 “한화생명이 챔피언의 성격을 잘 이용해서 한타를 풀어나갔다. 올라프에게 지속적으로 영양제가 투입되고 좋은 성장 궤도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37분경 드래곤 교전에서 최우제가 트리플 킬을 챙기고, 한화생명이 내셔 남작 버프까지 두르면서 양 쪽의 챔피언 밸류가 역전됐다. 이번엔 T1 ‘페이커’ 이상혁이 골랐던 조이의 힘이 떨어졌다. 포킹 챔피언은 상대에게 내셔 남작 버프를 빼앗기면 위력이 급감하기 마련이다. 이 해설은 “구도와 챔피언 구성, 전장 선택에 따라 챔피언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변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올라프가 10개 챔피언 중 가장 빨리 썩는다는 내 멘트가 틀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