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이념적 갈등,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MAGA)가 미칠 세계 질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등 2025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그 어느 해보다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다. 숱한 역사적 격랑기 속에서도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왔던 한국교회의 공동체적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와 사회언론의 온전한 정보 교류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 온 한국기독교언론포럼(한기언, 이사장 지형은 목사)이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 한국교회 저널리즘 전망과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한기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국내외 환경과 한국교회 상황, 사회언론의 관심과 보도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진단하고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2025년 언론이 주목할만 한 ‘10가지 예상 이슈’ 두 번째는 한국교회 보도 성향을 바탕으로 언론보도의 주요 동인에 가중치를 더해 분석한 ‘3가지 시나리오’, 마지막은 ‘한국교회의 실천적 대응방안’이다.
한기언이 ‘2025 경제전망과 정책시사점’(KDI) ‘한국교회 트렌드(2024, 2025)’ 주요 기독교계 언론이 선정한 ‘2024년 한국교회 10대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도출한 10가지 이슈는 ‘요동치는 정치와 한국교회 내부 갈등’ ‘이단 이슈’ ‘연합기관의 대사회적 행보’ ‘차별금지법과 사학법 재개정’ ‘목회자 일탈과 교회의 자정력’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트럼프 2기와 한국교회’ ‘탈종교화 및 탈교회 현상’ ‘대형교회(목사) 중심의 언론홍보’ ‘AI와 종교’였다.
이를 토대로 한기언은 ‘부정성향 강화 및 확장’ ‘부정성향과 긍정성이 혼재’ ‘부정성향 감소’로 3가지 시나리오를 나눠 분석했다. 옥성삼 사무총장은 “시나리오 도출을 위해 ‘정치적 행보’ ‘사건과 일탈’ ‘대사회 활동’ ‘종교성’ 등 4가지를 주요 동인으로 설정하고 이를 10대 이슈와 연계해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부정성향 강화’로 꼽혔다. 과잉 대표된 한국교회 극우 그룹의 정치적 행보가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활성화되고, 이와 맞물려 교회 내부의 갈등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 차원의 대처가 부재한 경우다.
여기에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기쁜소식선교회(구원파) 신옥주 등이 논란을 빚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윤리적 돌출 사건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부정성은 더 커진다.
변상욱 공동대표는 “지금은 한국교회가 외부로부터 변화의 위기를 맞은 게 아니라 위기 속에 들어가 문제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 속 시대적 역할을 찾기 위해 신학교든 교단이든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국교회 공공성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선 한교총의 대사회 활동이 사회적 관심을 가져오기 어렵고, NCCK와 복음주의권의 활동 역시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선교 140주년 행사와 종교 본연의 활동 중 긍정성을 불러일으킬 전환점이 없다면 언론보도에 부정성향이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차원의 현실적 대응이 이뤄졌을 때 기대하는 시나리오로는 ‘언론보도의 부정성향과 긍정성 혼재’다. ‘정치적 행보’의 부정성이 강화되고 ‘사건과 일탈’의 부정성이 예년 수준에서 이어지지만, ‘대사회 활동’의 활성화 및 돌출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 등이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교회 언론보도의 부정성향 감소 시나리오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개연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교회 저널리즘 대응책으로서의 실천과제로는 7가지가 제안됐다. ‘한국교회의 공적인 참회 선언문 채택’ ‘언론 보도의 부정적 이슈에 대한 전략적 대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실천’ ‘연합기관의 대사회적 역할과 소통 강화’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사업의 유의미성’ ‘신학교육기관의 역할’ 등이다.
변 공동대표는 “한국사회가 양극화 될수록 교회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화해의 장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때 한국교회는 일반 언론의 감시대상에 머무른 채 선교적 위축을 맞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내용이 불충분하더라도 한국교회가 합의를 통해 ‘정치적 격변 상황에 복음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 ‘갈등 속 화해자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한 참회 선언문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탈출구가 열릴 것”이라며 “교회가 미래세대의 문제, 사회적 돌봄 문제, 정치적 논쟁 속에 놓치고 있는 민생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선언이 더해진다면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독 언론을 향한 요청도 나왔다. 옥 사무총장은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교회 기독 언론들이 교계의 소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도자들에게 방향성과 조언을 전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달라”고 전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