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파의 넛무무, 위기의 HLE를 지켜내다

입력 2025-02-13 22:39 수정 2025-02-14 19:43
LCK 제공

‘피넛’ 한왕호가 넥서스 바로 앞에서 미니언을 모두 처치해 팀의 패배를 막아냈다.

한왕호의 소속팀 한화생명e스포츠는 1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T1을 3대 2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화생명은 젠지, 농심 레드포스가 기다리고 있는 2라운드에 진출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5세트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한화생명이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T1으로선 32분경이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T1은 드래곤 한타에서 에이스를 띄우고 상대 미드로 진격했다. 2차 포탑, 3차 포탑, 억제기까지 순서대로 부수면서 상대 쌍둥이 포탑 앞까지 도달했다. T1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듯했다.

부활한 ‘피넛’ 한왕호(아무무)가 T1의 철거 계획을 망쳤다. T1이 끌고 온 미니언 4개 중 1개는 강타로 사냥하고, 나머지 3개 미니언에게는 자신이 가진 스킬을 모두 쏟아부어서 모두 잡아냈다. 미니언 없이 포탑을 부수기엔 어려운 상황, T1 병력은 퇴각을 선택했다.

치고 나갈 턴을 잡은 한화생명은 내셔 남작을 사냥해 상대와의 골드 차이를 좁혔다. 이후 대지 드래곤의 영혼, 두 번째 내셔 남작 버프까지 얻어내면서 게임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바텀으로 돌진한 이들은 ‘제우스’ 최우제(올라프)를 선봉장으로 앞세워 돌진해 귀중한 승점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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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오너’ 문현준은 자신들의 플레이가 충분히 정교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게임을 끝낼 만한 찬스였다.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잘했다면 끝났을 거라 생각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무한테 스카너의 스킬 이쉬탈의 격돌(E)과 꿰뚫기(R)를 잘 썼다면 우리 미니언이 살아남아서 포탑을 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방금 코치진과 경기를 복기했을 때도 그 장면이 아쉽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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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e스포츠 ‘제우스’ 최우제는 예상보다 빠른 T1의 포탑 철거 속도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임이 절대 안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유충 스택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철거가 빠르더라. 상대가 쌍둥이 포탑 때릴 땐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한타는 내가 주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시도해본 건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진다면 팀원들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면서 “아무무가 야무지게 (미니언에) 비벼서 다행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우제의 말대로 T1은 6개 중 5개의 유충을 사냥해 철거 능력이 높았다. 만약 6개의 유충을 전부 사냥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게임 초반, 11분경 두 번째로 나타난 유충 3개 중 1개를 한왕호가 빠르게 사냥하고 퇴각했다. 이 사소한, 그러나 영리한 플레이에서 큰 스노우볼이 비롯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