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사회복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흔히 사회복지사는 복지기관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기업에도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있다. 에쓰오일에서 17년 동안 사회공헌 업무를 맡아온 신영철 책임은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기업 사회복지사다’를 발간했다. 국민일보는 13일 신 책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업 사회복지사가 무엇인가.
“기업에서 사회공헌, 즉 기부나 자원봉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를 말한다.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마다 한두 명 정도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수십 명 규모로 추정된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공헌은 결국 사회적 책임에서 시작된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이익을 창출하고 그러한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서로 상생한다. 소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윤리경영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으로 점점 확대됐다.”
-가장 어려운 점은.
“내부적으로는 주 42시간 근무제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직장 문화가 확산하면서 직원들의 자원봉사 참여가 저조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기부 요청이 들어왔을 때, 해당 프로그램에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점은.
“기업만의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지속성이 보장되고, 기업의 고유한 사회공헌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한, 비영리기관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17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에쓰오일의 유일한 사회복지사로서의 책임감과 수혜자 중심의 복지적 가치관이 바탕이 된 것 같다. 단순히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할까’가 아니라 ‘어떤 곳이 가장 도움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면서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후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해온 것이 지속적인 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
-기업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일이다. 2009년 시작 당시에는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오케스트라였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30대까지 성장한 전문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았다. 매년 4월 장애인의 날 주간에 회사 강당에서 기부금 전달식 공연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천 번을 연습해야 하는 발달장애인분들의 노력과 사연들을 들을 때면 참석한 모든 직원이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에쓰오일은 최근 이들 단원 중 7명을 회사 장애인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매주 지역사회 복지시설을 찾아가 소외이웃을 위한 작은 음악회 연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 분야를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할 수 있는 취업 분야 중 가장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사회복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러 근무 여건도 복지 현장보다 좋다. 그러나 사회복사를 채용하는 기업도 적고,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도 몇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는지, 기업에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기 어렵다. 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게 된 이유다.”
-사회공헌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먼저 작은 기부와 자원봉사부터 시작해도 된다. 우리 주변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을 찾아 후원도 하고 자원봉사도 한다면 내부 구성원들 모두가 그에 공감하고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충성심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 직원이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가능하다면 기업 사회공헌 관련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를 계약직으로라도 채용하여 시작하는 게 좋다.”
-책의 목차 중 ‘후원 제안서를 삭제되지 않고 저장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던데.
“후원을 받아야 하는 비영리단체 담당자들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를 만나기 어렵다. 결국, 후원제안서를 메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는 우편으로, 개인 메일로, 회사 메일로 다양한 후원 제안을 받는다. 본인이 해야 할 업무도 있다 보니 외부 제안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내가 정성 들여 쓴 후원 제안서를 보고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게 할 수 있는지 제 개인적인 경험의 이야기를 책에 적어 두었다. 그 해답은 제 책에서 찾아주시길 바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