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드라마 확대·시트콤 부활…“변화한 환경 맞춰 다양한 시도”

입력 2025-02-13 17:09
지난해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CJ ENM 드라마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침체된 드라마 시장을 소생시키기 위한 방송국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높아진 제작비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공세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 타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주중극을 편성하거나 30분짜리 시트콤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내놓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던 SBS와 tvN은 최근 올해 주중극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주중극은 tvN의 월화드라마와 KBS의 일일드라마, 수목드라마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OTT 확대의 영향으로 드라마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방송국들이 일제히 드라마의 편성을 줄여서다.

tvN에서 올해 상반기 선보일 드라마의 라인업. tvN 제공

하지만 그 사이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도가 높아졌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져서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다. 한 지상파 PD는 13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각 방송사가 변화한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tvN은 올 하반기부터 수목드라마를 부활시키고, 올해 기준 단일 플랫폼 중 가장 많은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월화드라마로 방영됐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 ‘선재 업고 튀어’ 등이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대작이어야만 성공하는 건 아님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정된 tvN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스타 배우부터 신인 배우까지 다양하게 포진해있다.

올해 SBS에서 방영될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SBS 제공

SBS는 2023년 ‘꽃선비 열애사’(월화드라마), ‘국민사형투표’(목요드라마)를 끝으로 선보이지 않았던 주중 드라마를 재개한다. SBS 관계자는 “주중 드라마 라인업을 부활시켜 더 다채로운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직 주중극을 배치할 요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SBS의 이 같은 공격적 드라마 편성의 배경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BS는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제공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포석을 깔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채널의 드라마 시장은 SBS와 tvN 양강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난해 K콘텐츠 수요를 보면서, 점차 성과가 좋아지고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한 것 같다. 전 세계인이 K콘텐츠와 가까워지는 시점이니 잘하는 것에 더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S가 수목드라마 블록에 배치한 시트콤 '킥킥킥킥'과 '빌런의 나라'에 출연하는 신인 배우들. KBS 제공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KBS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콘텐츠 다양화를 시도한다. 올해 수목드라마 블록에 시트콤 ‘킥킥킥킥’과 ‘빌런의 나라’를 연이어 편성했고, 연내 대하드라마 방영을 목표로 제작을 논의 중이다. 특히 ‘빌런의 나라’는 30분짜리 회차 24개로 방송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KBS 드라마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조 드라마센터장은 “KBS 드라마센터는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지려 한다”며 “이전보다 젊고 빨라질 것이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은 각 채널이 각자에게 맞는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SBS와 tvN은 OTT와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MBC는 많은 작품을 제작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하며 MBC만의 색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도 수익 다변화나 OTT와의 공조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