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우리나라에 첫 선교사를 파송했던 미국장로교(PCUSA)가 전 세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의 50% 이상을 감축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해외 선교를 포기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에 따라 서울 종로에 있던 ‘PCUSA 동아시아 본부’도 폐쇄될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PCUSA 총회의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재정난으로 촉발된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교 업무를 담당하던 ‘미션 에이전시’를 해체하고 일부 기능을 총회 사무국이 흡수하는 데 맞춰져 있다.
PCUSA는 지난 5일 세계 각지에서 사역 중인 60여명의 선교사들에게 이같은 결과를 통보했다. PCUSA는 교회 개척 등의 전통적인 사역 대신 현지 교단과 협력하는 ‘파트너십 선교’를 해왔다. 선교사들은 본부 방침에 따라 45일 안에 ‘퇴직’과 ‘재배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배치란 루이빌 총회 본부 근무를 의미하는데 소수의 선교사에게만 선별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에서 소외된 선교사들은 퇴직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총회 본부는 재정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하지만, 선교사들은 이마저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신시아 홀더 리치 전 선교사는 “지도부가 명확한 신학적 근거 없이 급진적인 변화를 강행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적 경향과 정치적 폭력이 확산하는 시점에 내려진 결정이어서 더욱 심각하다”면서 “총회는 기업이 아니라 신학 공동체인만큼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반발이 커지자 한국계 오지현 PCUSA 정서기는 미국 ‘프레스비테리언 뉴스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파트너십 선교를 지속하면서도 세계와 교회 변화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고 세계 각지 신앙공동체와 더 깊은 관계를 구축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과는 달리 파트너 교단들과 별다른 소통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PCUSA 파송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역하는 A선교사는 13일 기자를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지만 정작 현지 협력 교단에 설명이나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 이들도 알음알음 전해지는 소식으로 PCUSA의 결정을 듣고 있다”면서 “총회 본부의 설명과는 달리 앞으로 PCUSA와 세계 각국 파트너십 교단들과의 협력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김보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무총장도 “양 교단의 협력 선교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본다”면서 “협력 사역에 대한 의지나 그동안의 관계성이 희미해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협력 관계에 있는 파트너 교회와 전혀 상의 없이 이뤄진 건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생명력 있는 선교’를 ‘행정적 조치’로 중단한 건 향후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