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 김하늘(8)양이 40대 여교사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교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 만큼 당분간 교내 CCTV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이 살해된 뒤 지역 맘카페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학교 내 CCTV 설치와 관련된 글이 다수 게시됐다. 약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결혼·육아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CCTV만 있었어도 하늘이가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건 당시 하늘이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했더라면 응급수술 등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었다.
현행법상 학교 내 CCTV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학교장이 교사, 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위치에 설치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 시내 603개 초등학교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만5413대로, 정문과 복도 등에 설치됐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 이견이 큰 교실 내부에 설치된 CCTV는 없었다.
경찰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김양 학교의 경우 사건이 벌어진 건물 2층 복도와 시청각실에는 모두 CCTV가 없다. 김양은 지난 10일 오후 건물 2층 돌봄교실에 있다가 학원 차량을 타러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교사 A씨를 만나 같은 층 시청각실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살해됐다. 이에 학교 측과 경찰은 김양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고 엉뚱한 인근 아파트 단지를 수색하기도 했다. 결국 김양의 위치는 김양 할머니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김양을 추적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회전자청원에는 “교실과 사각지대 등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기에 미숙하고 신체적으로도 스스로를 지켜내기 힘든 약자”라며 “아이들의 교내 안전사고·사건 증거 수집을 위해서라도 CCTV 설치가 의무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CCTV 미설치가 아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교사가 교육 현장에 아무런 제지 없이 복귀할 정도로 허술한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누리꾼은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커뮤니티 글에 “CCTV가 이번 사건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교권 침해 등의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이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를 검토했으나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인권위는 “학생과 교사의 모든 행동이 촬영돼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복도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온도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아이들의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복도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할 교사는 많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CCTV 열람 권한은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의견 수렴을 거쳐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현장 교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는 쪽으로 심도 있게 논의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