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적대국” 규정한 北, ‘항공 핫라인’ 단절 시도

입력 2025-02-12 18:24 수정 2025-02-12 20:33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한 북한 조문단을 태운 고려항공 여객기가 지난 2009년 8월 21일 김포공항에 착륙한 후 계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북한이 남북 간 ‘항공 핫라인’을 단절하려는 동향이 포착됐다. 남측을 ‘교전 중인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단절 정책 일환이다.

12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남북 간 항공 관제망 단절을 요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 ICAO를 통해 남북 항공관제망 직통전화를 올해부터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ICAO는 시카고협약(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로 남북이 모두 가입돼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동향을 파악해 올해 북한이 항공 관제망 단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남북 간 항공 관제망은 아직 유지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ICAO와 협력해 직통전화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해왔다”며 “현재 직통전화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ICAO가 남북 간 중재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ICAO 측에 남북 간 직접적인 관제망이 아닌 다른 통신선을 연결해 우회할 수 있도록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항공 관제망 직통전화는 안전한 항공 운항 지원과 남북 간 합의 준수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항공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유관기관 간 긴밀히 협의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1997년 항공기 관제에 관한 협의를 맺고 항공관제 통신선을 개통했다. 남북 간 항공기의 왕래가 없어서 채널은 연결 확인 작업 등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남북 간 긴장완화 국면에선 항공기 왕래가 이어지며 한때 채널이 가동됐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한 후 지난해 남북 단절 작업을 이어왔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끊었고, 휴전선에는 장벽을 설치했다. 남북 간 주요 소통 경로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과 동해·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2023년 4월부터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 상태다. 다만 유엔군사령부와의 직통 전화인 ‘핑크폰’을 통한 소통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