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콩쿠르 우승 박윤재 “두꺼운 다리와 평발 콤플렉스 있지만…”

입력 2025-02-12 17:23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거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세계를 무대로 춤추고 싶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개성을 가진 별처럼 무대에서 빛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스위스 로잔 콩쿠르(the Prix de Lausanne)에서 우승한 박윤재(16·서울예고 1학년)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거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목표를 밝혔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로잔 콩쿠르는 15~18세만 참가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 1985년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장이 한국인 최초로 입상한 뒤 2002년 최유희(재일교포), 2005년 김유진, 2007년 박세은이 우승했다. 박윤재는 박세은 이후 18년 만이자 한국인 남성 무용수 최초의 우승이다. 박윤재는 “서울예고에서 저를 가르쳐주신 리앙 시후아이(대만 출신으로 유니버설 발레단 솔리스트 역임) 선생님이 무용수가 무대에서 즐기지 못하면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주셨다”면서 “실제로 로잔 콩쿠르에서 ‘완벽하게 잘하자’기보다는 ‘즐기고 오자’는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결선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좋았고, 우승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윤재는 다섯 살 때부터 누나가 다니던 발레 학원을 따라다니며 놀이처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를 전공하기로 본격적으로 마음으로 먹었으며 이듬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다녔다. 계원예중을 거쳐 현재 서울예고 1학년인 박윤재는 “로잔 콩쿠르 우승으로 여러 발레학교의 입학 제안을 받았다. 이제부터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유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로잔 콩쿠르 우승을 거뒀지만, 박윤재는 무용수로서 콤플렉스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박윤재는 “다리가 두꺼워서 몸이 무거워 보인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또한, 평발이라서 다리에 쥐가 종종 나는 편”이라면서 “하지만 로잔 콩쿠르에서 즐겁게 춤을 춰서인지 다리가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다. 무용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로잔콩쿠르는 내게 발레를 한층 더 가까운 존재로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피력했다.

박윤재는 무용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박윤재는 “나도 아직은 배우는 학생”이라면서도 “중학생 시절 콩쿠르에서 엄청난 실수를 해서 절망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