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021년부터 이어온 ‘영업이익 4조원’ 벽이 무너졌다. 최근 통신업계 희망 퇴직자 수가 크게 늘면서 퇴직 위로금 등 인건비 지출이 커진 게 저조한 실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회성 비용을 모두 털어낸 이동통신 3사가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사업 수익화에 속도를 내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합계(추정치)는 3조4784억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 매출 17조9406억원, 영업이익 1조82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각각 전년 대비 1.9%, 4.0%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퇴직 지원금을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증액하면서 관련 인건비 지출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커리어는 50세 이상의 SK텔레콤 임직원이 2년간 유급 휴직에 들어간 뒤 퇴직을 결정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퇴직 지원금 증액 이후 지난해 12월 실시한 희망퇴직 신청자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인공지능(AI) 사업 영역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SK텔레콤의 AI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전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AI 데이터센터(DC) 매출은 가산 DC 등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한 3974억원을 기록했다.
KT도 퇴직 위로금 등을 포함한 일회성 비용 지출 규모가 급증했다. KT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53.3% 줄어든 771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영업손실이 70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조직 비대화 및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1700명이 KT 넷코어와 KT P&M 등 자회사로 전출됐고 2800명이 희망퇴직했다. 약 1조원 이상의 인건비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5% 줄어든 8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자회사인 LG헬로비전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통상 임금 범위 확대 판결에 따른 4분기 일회성 인건비가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동통신 3사가 손실을 만회하고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각사가 주력하고 있는 AI 사업 유료화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에 속도가 붙으면서 AI 수익화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는 연내 AI 서비스를 유료화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챗GPT 사용률이 말해주듯 유료 모델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낮아진 상황이라 AI 유료 서비스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