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공간 위해 검증 강화·사각지대 해소해야”

입력 2025-02-12 13:54 수정 2025-02-12 14:28
게티이미지뱅크

대전에서 초등교사가 8세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앙 공동체이자 지역사회의 돌봄 거점인 교회도 더 강화된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기 사고를 겪으며 안전망을 철저히 구축한 미국교회의 사례는 한국교회가 더욱 면밀히 살펴볼 만하다.

세계 교회를 탐방하는 유튜브 ‘유목민’ 채널의 유승현 목사는 11일 자신의 SNS에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교회도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앤더슨에 있는 뉴스프링교회를 방문했을 당시 겪은 일을 소개하면서 “예배 중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려 하자 문이 잠겨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면 어린이 예배당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목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교회들이 안전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다루는 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일화”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회도 교회학교 교사 선발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유 목사는 “미국에서는 교사로 지원한 자원봉사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며 일부 교회는 사설 변호사를 통해 범죄 이력까지 조회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사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지원자가 줄어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상범 목사(주일학교사역자연구소 소장)는 “지금은 교사 한 명이 와서 봉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라 기준을 무턱대고 높이자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 목사는 “교회가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범죄 감수성 교육이나 상담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무리하게 사역을 맡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알라바마주 버밍험에 있는 하이랜드교회(Church of the highlands)의 체크인 데스크. 유승현 목사 제공

교회학교의 출입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유 목사는 미국의 적지 않은 교회가 도입하고 있는 ‘체크인’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가 방문한 21개 미국 교회에서는 아이를 교회학교에 맡길 때 부모가 직접 ‘체크인’을 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데려갈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는 것. 애틀랜타에 있는 투웰브스톤교회(12Stone Church)는 예배가 시작되면 아예 출입문 자동 잠금장치를 작동한다.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막으려는 조치다. 교회 관계자의 보안카드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비교적 무감각한 상태”라며 “주일학교 예배 시간에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데려가도 제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안전사고는 사각지대나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미국교회는 폐쇄적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교회학교 건물 내 예배 공간에 투명 유리를 설치하거나 소그룹마다 2~3명씩 교사를 배치하는 방법을 활용한다”고 했다. 교회학교 내 어린이 전용 화장실 운영, 성인의 출입 차단, 화장실 동행 규정 마련 등도 고려할 수 있는 대책으로 제시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앤더슨에 있는 뉴스프링교회. 유승현 목사 제공

한인교회에서도 안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3년 12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한 한인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한인 여성이 강도와 성추행을 당했다. 이 사건 이후 인근 한인교회들은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새벽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며 출입문 통제를 강화했다. 연합감리교회(UMC)는 교회 내 응급 상황에 대비한 대응 지침을 두고 있다. 자연재해나 건강 위기는 물론 범죄와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교회 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의 보호 조치는 필요하다”며 교회의 안전 시스템 강화를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