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로냐! 호조냐!

입력 2025-02-12 09:09 수정 2025-02-12 16:01

이세홍·대한민국기독교원로의회 사무총장


우리 시대가 일그러져 있다. 어찌 이다지도 모질게 뒤틀린 모습일까! 광장은 거친 언어폭력으로 아수라장이고 거리는 씩씩대는 인파로 넘쳐난다. 누구도 말릴 기세가 안 보인다. 기름을 부어댈 뿐이다. 더 거칠게! 더 험하게! 더 거세게! 달려들 뿐이다.

‘호로’라는 말을 혹시 전에 들었는가. 요즘 이 말을 잘못 쓰면 차별이나 비하 표현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혐오 언어다. 그런데 이 말이 전한길에 의해 지금 대한민국에 소환됐다. 탄핵정국이 불러들인 악성 바이러스 단어이다. 이 말은 원래 북방 소수민족을 이르고 외국인을 낮잡고 또 놈을 일컫는 말인데 요즘 적대적인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갈등의 시대에 서로를 부르는 비속어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대항민국’이다. 서로를 무시하고 짓밟는 무례가 끝없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렇게 반목과 대립으로 서로를 노리는지 안타깝다. 말 그대로 호로시대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이 모양새가 교회에 침투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양 날이 선 검과 같은데 요즘은 거룩한 사람들로 불리는 성도(?)들의 말이 섞이면 날카로운 가시가, 아니 송곳으로 서로를 찔러대는 흉기가 되었다. 이 흉악함이 지금 한국교회를 삼키려 달려들고 있다. 얼마나 거센지 멱살을 잡을 기세다. 대한민국의 혼란한 상황과 우리의 거친 행동과 말을 이제 마음을 찢어 회개의 깊은 자리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서로의 몸을 찢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포악에 물들어 매몰차기만 하니 교회가 매물이 되어 매몰되지 않을까 염려가 가득하다. 아니 이미 교회가 이념의 수렁에 빠져 이 놈(호로), 저 놈(호로)하다가 조각난 교회가 있으니, 우리 교회 어찌할꼬!!

이런 위중한 때에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지구촌이다. 지금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럽과 중동 보다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더 큰 안타까움으로 뒤범벅되어 있다. K-코리아로 지구촌의 로망이 이제 폐망으로 치닫고 있으니 호로의 대한민국 어찌할꼬!

대항민국이여! 지구촌의 호로가 되려는가!!

대한민국이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 지금 대한민국이 살 길은 ‘호조’정신이고 교회는 ‘호조’신앙으로, 호로로 치닫는 대항민국을 호조로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 서로 호(互)에 도울 조(助), ‘서로를 살리는’ 나라운동이, 교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영화 '호조' 포스터.

일제시대, 암울함이 땅을 덮어버린 시대에 어둠을 뚫고 빛의 세계로 교회와 민족을 이끈 분이 계신다. 손정도 목사이다. 그 분은 한국 선교 140년에 드러난 한국 교회사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다. 손정도 목사는 호로의 시대를 호조로 살아낸 교회 지도자이고 민족 지도자였다. ‘호로의 시대’에 남한에서 가장 큰 교회, 정동제일교회를 사임해 하나님 사랑・민족 사랑을 실천했고, ‘호로의 시대’에 상해임시정부의 의정원 의장으로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그분이 분열로 찢겨난 임정을 과감히 내려놓은 민족의 지도자였다. 오직 호조의 신앙과 호조의 정신으로 살아낸 민족의 참 어른이었다.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다. 위기의 때, 호로의 때에 기회의 때, 호조로 살아내는 지혜가 지금 대한민국에, 한국교회에 필요하다. 호조의 시대를 활짝 열어 우리는 외칠 것이다. 대한민국이여! 너는 행복한 자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