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냐 맞대응이냐…트럼프 관세 폭격에 전 세계 비상

입력 2025-02-12 08:45 수정 2025-02-12 09: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각국 정부가 협상과 맞대응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다. 한 달간 시한을 두고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구원’이 있는 캐나다 등은 저항과 보복 관세도 언급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에 대해 “전적으로 부당하다”며 맞대응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앞으로 몇 주간 미국 정부와 함께 이 용납할 수 없는 관세가 미국인과 캐나다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한 국제 파트너, 친구들과 협력할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우리의 대응은 확고하고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대(對)미국 주요 수출국이다. 특히 캐나다산 철강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저가 중국산 철강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다른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철강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셈이다.

멕시코 정부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결정에 “비논리적이며 말이 안 되는 생각”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정례 아침 기자회견에 배석해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자국 제품을 더 많이 수출하는 국가에 관세를 매기는 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정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멕시코는 트럼프가 재임 1기 시절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돼지고기와 사과 치즈, 버번위스키 등에 보복 관세를 내리며 맞대응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면 대응을 밝히면서도 협상으로 가는 길도 열어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동한 뒤 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동에 앞서 낸 성명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며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EU는 단결해 대응할 것”이라며 “하지만 관세와 보복관세라는 잘못된 길은 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위스키와 오토바이, 오렌지 주스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유예 중인 관세를 재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도 “이번 조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이들 소재에 의존하는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철강 관세에 “예외도, 면제도 없다”고 밝혔지만 호주에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영국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의 철강 관세를 옹호하는 각종 자료와 함께 업계 노동조합 등 미국 각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관세가 경제적·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재차 언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