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美핵잠수함 부산 입항에 반발… “속내는 ‘대화 조건’ 제시”

입력 2025-02-12 07: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450정보 온실농장과 남새(채소)과학연구중심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의 부산 입항에 대해 반발하며 “임의의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원색적 비난은 자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메시지 안에 미국에 보내는 ‘대화 조건’이 담겨있다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1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를 통해 ‘알렉산드리아함’의 입항을 두고 “대조선대결광기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더욱 격화시키는 불안정 요소”라고 비판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또 “미국의 위험천만한 적대적 군사행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더 이상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도발 행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횡포한 적수국과의 격돌구도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의 안전이익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임의의 수단을 사용할 준비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최근 연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한 반발 입장을 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과 한·미 공군의 쌍매훈련 등을 거론했다. 같은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건군절 연설에서 “핵 무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추진공격잠수함의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시행 등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에 대해 경고한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태도와 의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판 수위를 낮춘 건 트럼프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미국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입항하는 이 잠수함은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40여 명 규모이다. 연합뉴스

최근 북한이 발신하는 대미 메시지에는 협상 조건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국방 발전 2024에서부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미 대화 조건을 내걸었다”며 “거기에 더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문제 제기한 것은 북한의 대화를 위한 최소 조건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문제를 대화 의제로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당분간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미를 압박하는 일종의 ‘팃포탯’(tit-for-tat·눈에는 눈)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 등의 수준에 맞춰 군사적 대응을 전개하는 맞불 전략을 펴고, 동시에 대화 가능성도 열어둘 것이라는 의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올해를 ‘훈련의 해’라고 얘기했으니 핵 능력 고도화, 한·미 압박용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예고”라며 “본인들이 바라는 대화 조건을 (미국이) 제시하도록 밀고 당기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