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의결된 데 대해 일부 위원과 직원이 11일 반발하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장 등 인권위 직원 5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10일 인권위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 대통령의 인권만 보호하겠다고 만천하에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허리를 숙였다.
앞서 1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는 윤 대통령 등 내란죄 피의자와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위기 극복 안건)이 수정 의결됐다. 이 안건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정당화한다는 평가를 받아 의결될 경우 극우 세력 결집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인권위 안팎에서 팽배했다.
문 지부장은 “이 의결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위법하고 부당하다”라며 의결이 법원과 헌재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인권위법 제30조, 제32조를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안건 의결의 근거가 된) 윤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나 적법한 절차 원칙 위배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권위 노조는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권위 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문 지부장은 “비상계단에도 지지 세력이 진을 치고 있어 두려웠고 여성 직원들은 남성 직원들과 조를 짜 움직였다. 권한 없는 이들의 사상 검증과 마녀사냥이 인권위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매우 고통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과 원민경, 소라미 비상임위원도 인권위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위기 극복 안건 의결 철회와 이에 찬성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남 상임위원과 원, 소 비상임위원은 이 안건 심사 당시 의결에 반대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