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김하늘 양을 학교에서 살해한 40대 여교사 A씨는 범행 며칠 전에도 동료교사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로 학교는 교육지원청으로부터 A씨를 분리조치할 것을 권고받았지만, A씨는 장학사들이 떠난지 불과 몇시간 만에 김 양을 살해했다.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1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6일 A씨의 동료교사인 B씨는 퇴근시간 불이 꺼진 교실에서 A씨가 혼자 서성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A씨는 전날 컴퓨터가 업무포털에 빠르게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 일부를 파손했다고 한다.
B씨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함께 퇴근을 할지, 혹은 대화를 할 것인지 물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A씨는 느닷없이 B씨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헤드록을 거는 등 신체적인 폭력을 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을 확인한 학교는 A씨에게 주의를 준 뒤 충격을 호소하는 B씨에게 사과하도록 지시했다.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에는 장학사 2명이 학교를 방문해 관련 사정을 청취하고는 분리조치 시행 등을 학교관리자에게 권고했다. 학교는 A씨가 교감 옆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연가·병가 등을 통한 즉각적인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그는 불과 몇시간 뒤인 오후 4시30분~5시쯤 돌봄교실이 끝나 학원으로 가려던 김 양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우발적인 상황을 대비해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건이었던 셈이다.
시교육청은 학교 측의 분리조치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재모 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교육지원청이 상황을 파악하고 학교 관리자에게 ‘A씨에 대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학교가 분리조치를 시도했는지 여부는 학교 관리자가 빈소에 가 있어서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상황이 안정되면 여러 사항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교원의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관심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휴직을 받았다. ‘6개월간 휴직이 필요하다’는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당초 6개월간 휴직할 예정이었음에도 그는 20일만에 학교에 복귀했다. 복직한 이후에는 돌봄과는 전혀 관계 없는 교과전담 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평소 조용했던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휴직 전에도 연가·병가 등을 자주 사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하기까지 문제가 발생할 징후가 다분했음에도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탓에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다.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려운 교사를 대상으로 개최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와 ‘질병휴직심의위원회’의 규정 상 허점도 문제로 꼽힌다. 해당 위원회는 질환에 대한 휴·복직이 반복될 경우 개최가 가능하지만, A씨 같은 경우는 지난해 12월 단 한차례만 휴직을 했기 때문에 심의위원회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최 국장은 “각 위원회는 질병휴직이 반복될 경우, 각종 문제가 발생해 감사 등이 필요할 경우 개최한다”며 “위원회에 자주 회부하고 다툰다면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고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