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배 지분을 974억 달러(141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띄웠다. 머스크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법적 분쟁 중인 가운데 나온 제안으로, 올트먼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전하며 “오픈AI를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올트먼의 계획이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측은 이날 성명에서 오픈AI이사회에 이런 입찰 제안을 하며 “오픈AI가 오픈소스, 안전에 초점을 맞춘 선한 힘으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올트먼은 오픈AI의 자금 조달을 위해 영리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이 자회사를 전통적인 ‘기업’으로 전환하고, 비영리 법인을 분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픈AI의 비영리 법인아 향후 영리 법인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오픈AI의 비영리 법인 지분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WSJ는 “머스크의 제안은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며 “머스크 또는 비영리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이 새로운 오픈AI의 지배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측은 입찰 경쟁이 붙게 되면 더 비싼 가격을 제안할 준비도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사양하겠다”며 “원한다면 우리가 트위터(머스크가 엑스를 인수하기 전 명칭)를 97억4000만 달러(14조1000억원)에 사겠다”고 응수했다. 머스크의 오픈AI 인수 제안가의 10분의 1을 엑스의 매입가로 제안하며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곧바로 ‘사기꾼(swindler)’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오랜 악연으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2015년 올트먼과 함께 오픈AI를 공동 설립했다가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처분했다. 이후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하며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지난해에는 올트먼 등 오픈AI 창립자들이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트먼은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과 함께 인공지능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투자인데도, 머스크는 “그들은 실제로 돈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WSJ는“머스크의 입찰로 회사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