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뮤지컬어워즈’의 남자 신인상은 지난해 ‘하데스타운’의 주인공 오르페우스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김민석에게 돌아갔다. 1년간 한국 뮤지컬계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남성 듀오 멜로망스 출신인 김민석이 뮤지컬배우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민석이 올해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인 ‘베르테르’(~3월 16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타이틀롤을 맡아 2년 연속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민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신인상은 ‘하데스타운’을 함께한 모든 분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 박소영 연출가와 같은 배역을 맡았으면서도 늘 격려해준 조형균 형에게 감사드린다”고 되돌아봤다.
김민석은 2015년 데뷔한 멜로망스에서 보컬과 작사를 맡고 있으며 작곡도 겸한다. 타고난 미성의 소유자로 초고음역대까지 소화하는 김민석은 멜로망스에서 ‘선물’ ‘사랑인가 봐’ 등의 곡을 히트시켰다. 그가 뮤지컬에 데뷔한 것은 2023년 멜로망스 콘서트를 함께했던 뮤지컬 ‘그날들’ ‘다윈영의 악의 기원’ ‘웃는 남자’ ‘스윙데이즈-암호명 A’ 등의 김상덕 무대감독으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다.
그는 “가수로서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게 됐다. 그때 처음 만난 작품이 ‘하데스타운’이었다”면서 “확실히 새로운 도전을 하니까 활력이 다시 생겼다. 처음 무대에 오를 때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낸 덕분에 지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데스타운’은 그리스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김민석은 음색과 음역대가 오르페우스 역할과 잘 맞는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 작품이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성스루 뮤지컬’이기 때문에 연기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데뷔작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반면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베르테르’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롯데에 대한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인물로 만만치 않은 감정 연기를 요구한다. 그는 “‘베르테르’는 그동안 뛰어난 배우들이 많이 거쳐간 데다 연극적인 작품이어서 출연을 놓고 망설였다. 하지만 부담도 큰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2000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다. 국내 공연계에서 처음으로 회전문 관객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25주년을 맞아 극 중 두 남녀 주인공으로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엄기준과 전미도 등이 출연 중이다. 그는 “베르테르 역할은 기존의 내 목소리보다 음역이 낮아서 발성을 바꿔야 했다. 박효신, 조형균, 박강현, 규현 등 선배들의 공연 영상을 참고하면서 극에 맞춰 목소리를 낮고 굵게 내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번 ‘베르테르’에 같이 출연하는 기준이 형과 미도 누나도 여러 면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연기 경험이 없는 그에게 베르테르처럼 섬세함과 열정을 오가는 역할을 능숙하게 연기하기란 쉽지 않다. 공부하듯 역할을 분석했다는 그가 표현하는 베르테르는 롯데에게 운명적인 첫사랑을 느낀 순수한 청년이다. 그는 “롯데는 베르테르를 외로움과 고독함에서 건져내는 구원자 같은 존재다. 그래서 베르테르는 롯데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얼마뒤 약혼자의 존재를 알고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작품의 후반부에서 베르테르의 절망감이 이해되도록 전반부에서 롯데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 중 심각하게 연기하는 그를 보고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의 베르테르 연기가 아직은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는 “내가 극 중에서 차곡차곡 쌓은 감정이 관객에게 똑같이 쌓이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후 공연마다 모니터링을 세심하게 하면서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내가 베르테르로서 느끼는 감정을 관객에게 최대한 전달하겠다는 생각뿐이다. 관객을 보다 잘 설득할 수 있게 부족한 연기력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