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뎌지는 걸 경계했어요. 지금은 몸은 힘들지만…그래도 재밌습니다.”
OK 저축은행 브리온 ‘엘림’ 최엘림이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유와 소감을 밝혔다.
OK 저축은행은 10일 서울 마포구 WDG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 킥오프 플레이-인 1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2대 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플레이-인 2라운드에 진출, 플레이오프를 향한 사투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OK 저축은행 CL 팀엔 LCK 팬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 있다. T1과 광동 프릭스에서 활동했던 두뇌파 정글러 최엘림이다. 그는 2022년 광동 프릭스를 떠난 뒤 중남미, 일본 등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연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스스로를 날카롭게 가다듬기 위해 2군 소속이지만 국내 리턴을 결정했다.
한화생명전을 마친 뒤 기자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최엘림은 “국내는 연습 일정이 빡빡한 반면 해외는 비교적 연습 강도가 덜하다”면서 “해외에서 계속 활동하다가 스스로 무뎌지는 걸 경계했다. 더 늦기 전에 국내에서 도전을 이어나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몸은 전보다 고되지만 게임 하고 대회에 나서는 재미를 느낀다. 최엘림은 “1년 반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오니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서도 “LCK CL 선수들이 하나같이 피지컬(메카닉)이 좋다. 그들과 맞대고 있으면 정말 재밌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엘림과 ‘론리’ 한규준, ‘불’ 송선규 등이 속한 OK 저축은행은 LCK CL 킥오프 그룹 대항전에서 4전 전패를 기록하다가 지난 4일 극적으로 첫 승을 거둬 플레이-인에 합류했다. 뒤늦은 첫 승이지만 가치는 컸다. 라커룸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최엘림은 “지난 경기를 이기고 난 뒤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오늘도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원래 우리의 문제는 초반 실수가 잦다는 점이었다. 최근 이 문제를 고치고, 초중반 안정성이 늘어나니까 게임을 하는 데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OK 저축은행은 플레이-인을 앞두고 스크림보다 1군 대회인 LCK 플레이-인 경기를 보며 분석·토론하는 데 집중했다. 최엘림은 “사실 최근에 스크림을 많이 못 해봤다. 대신 LCK 경기를 보며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1레벨 라인 스와프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함께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최엘림은 영리한 초반 동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글러다. T1 시절엔 그의 동선을 교보재로 삼는 유망주들도 있었다. 이날도 그의 장점인 두뇌 플레이로 침착하게 게임을 풀어나갔다. 불리했던 2세트를 역전한 최엘림은 “자잘한 실수가 많이 나와서 약속했던 오브젝트 전투에 나설 순 없었다. 하지만 우리 조합의 강점인 빠른 발을 살려서 맵을 넓게 쓴다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복기했다.
OK 저축은행은 이제 11일 BNK 피어엑스와 플레이-인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지난 4일 첫 승을 거뒀던 상대다. 최엘림은 “저번에 이겼던 상대인 만큼 망설임 없이 경기에 나선다면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