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손 놓은 댐, 비버 8마리가 지어… “18억 절약”

입력 2025-02-10 15:45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체코 정부가 7년 동안 손을 놓고 있던 댐 건설 계획이 비버 8마리에 의해 완성됐다.

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2018년 수도인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60㎞가량 떨어진 브르디 지역에 댐을 짓기로 했다. 이 지역은 원래 습지였지만 과거 체코 군 당국이 도랑을 만들어 물을 뺀 뒤 기지를 지은 곳이다. 체코 정부는 이 지역을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 댐을 지으려 했지만 토지 소유권 문제와 건축 허가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7년간 첫 삽도 뜨지 못한 채로 방치해뒀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에 서식하는 비버 8마리가 체코 정부가 댐을 지으려던 곳과 거의 비슷한 곳에 둑을 만들었다. 이 둑 주변에는 이미 작은 연못이 생겼고 습지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댐을 지을 필요가 없어진 체코 정부는 3000만 체코 코루나(약 17억9000만원)를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 관계자는 “비버는 둑을 만들 장소를 항상 완벽하게 선택한다. 설계도도 없이 무료로 둑을 만들어줬다”라고 말했다.

비버가 만든 둑을 점검한 체코 생태학자들은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또 개구리와 돌게 등 습지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버들은 현재 주변 지역에 둑을 더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