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 회담을 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측이 일본에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시바는 9일 오전 일본 방송 NHK의 시사 프로그램 ‘일요 토론’에 출연해 “(방위비는) 단순히 금액만 늘리면 될 것이 아니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미국이 아닌 일본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대만 유사시를 포함한 중국 대응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전 행정부와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르면 10~11일(현지 시각) 발표할 추가 관세 대상국에 일본이 포함될지에 대해 이시바는 “일방이 착취하고 배척하는 형태는 오래가지 않는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관세를 올려야 하는 문제가 지금 있느냐”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하며 일본제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회담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일본 국익에 부합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시바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해 “US스틸은 한때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일본제철에 인수돼 일본 기업이 되는 데 굉장한 거부감이 있다”라면서 “(일본제철이 US스틸에 대해) 인수가 아니라 투자를 해 미국 기업으로 남기는 것이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149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매각 불허 결정을 내려 무산됐다.
이시바는 트럼프와 첫 회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사람이라면 다시 얘기하고 싶다’라는 관계를 (트럼프와)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이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면서 “트럼프는 무서운 아저씨 같았지만 실제로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고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일본에 공식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