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尹 발탁, 두고두고 후회…정권 넘겨준 자괴감 커”

입력 2025-02-10 10:30 수정 2025-02-10 13:12
지난 2022년 5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KTX 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 탄생의 책임에서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자유로울 수 없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사람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컸다”며 계엄 사태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국민에게 죄송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상계엄이라는 게 우리 헌법상의 제도로는 남아 있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간 유물 같은 것”이라며 “그것을 21세기 대명천지에 꺼내서 국민을 상대로 휘두른다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는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다만 “다행스럽게 민주당 중심의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 의결을 해주어서 큰 다행이었다”면서 “아마 국제사회도 온 국민과 국회가 함께 힘을 모아서 거기에 맞서고 계엄 해제를 해낸 과정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경탄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시절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데에는 “후회가 된다”며 “당시 (청와대 안팎의)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며 “반대하는 의견은 소수였지만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반대 이유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고 했다. 그 시기에 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잘 욱하고 자기 제어를 못할 때가 많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 챙기기가 강하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국 전 민정수석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4명을 다 만나본 결과, 검찰개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후보자는 윤 대통령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또 다른 후보자 2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후보자에 대해 “조국 수석과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소통이 잘되는 관계였지만 검찰개혁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 당시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너무,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달까, 거기에 너무 꽂혀 있었다”고 후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정부에 대해 “너무나 수준 낮은 정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계엄 이전에도 수준 낮은 정치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크다”며 “이번 탄핵, 계엄 사태가 생기고 나니까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또 “유감스러운 것은 지난 대선”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그때 이미 드러났는데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에 의해서 마치 비호감 경쟁인 양 흘러가 버렸고, 그 프레임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총체적으로 윤석열정부를 탄생시켰다는 것에 대해서 문재인정부 사람들은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을 테고, 그에 대해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추·윤 갈등’이 극심했을 때 인사권 행사를 통해 왜 윤 대통령을 제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게는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인사권이 없다. 권한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다면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에게 제왕적인 권한·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거랑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