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9·솔레어)이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고진영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CC(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와 버디를 3개씩 주고 받아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교포 선수인 노예림(미국)에게 4타 뒤진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개막전 공동 4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톱10’이다.
통산 3차례 우승으로 ‘텃밭’이나 다름없는 파운더스컵에서 비록 역전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입증하는 유의미한 성적이다.
고진영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매년 1승 이상씩을 거두었으나 작년에는 부상 여파로 무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만큼 경기력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노예림에게 1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4번(파4), 6번(파5), 8번 홀(파5) 버디로 노예림을 1타차 2위로 밀어내고 리더보드 맨 윗줄을 꿰차 시즌 첫 우승에 파란불을 켰다.
하지만 13번 홀(파4) 그린 주변 벙커에 볼이 박히면서 불운이 시작됐다. 고진영은 3m 파퍼트에 실패하면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했다. 반면 노예림은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황무지에 떨어졌는데도 잘 쳐내서 만든 2.5m 버디 기회를 살렸다.
고진영은 힐튼 그랜트 배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 3라운드 7번 홀 이후 이어온 노보기 행진이 96홀에서 멈춰 서면서 의기소침해졌다.
1타 차 2위가 된 고진영은 이어진 14번 홀(파4)에서도 2m 파퍼트를 놓쳤고, 역시 티샷을 황무지로 보낸 노예림은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사실상 우승 경쟁에 쐐기를 박았다.
3타 차로 뒤진 고진영은 16번 홀(파4)에서도 그린을 놓친 뒤 3m 파 퍼트에 실패하면서 추격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노예림은 16번 홀과 17번 홀(파5)에서 연속 위기를 맞았으나 무난히 파세이브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빗자루처럼 긴 블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는 노예림은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0년 데뷔 이후 6번째 시즌 만에 거둔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이다.
노예림은 주니어 시절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여자주니어 챔피언십, 그리고 캐나다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2020년에 LPGA투어에 데뷔해 그 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준우승, 2021년 에비앙 챔피언십 3위 등 잠시 반짝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급기야 2023년에는 출전한 대회 절반을 컷 탈락하는 부진 끝에 CME 랭킹 119위로 밀려 Q시리즈를 다시 치러 LPGA투어에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톱10 입상 5번에 CME 랭킹 37위로 준수한 성적을 냈던 노예림은 약점이던 체력을 보강하고 블룸스틱 퍼터로 확 달라진 퍼팅 실력 덕분에 마침내 챔피언의 반열에 올랐다.
3타를 줄인 메강 캉(미국)이 3위(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 임진희(26)는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4위(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차지했다.
컷 탈락한 윤이나(21·솔레어)와 함께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야마시타 미유(일본)은 공동 4위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대회장에서 자택이 지척인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공동 7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