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가 LCK컵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아깝게 놓쳤다. 상대에게 탐식의 아타칸 버프를 쉽게 내준 게 치명적이었다.
DRX는 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컵 플레이-인 3라운드 경기에서 농심 레드포스에 1대 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 대회에서 탈락했다.
이날 DRX에 가장 뼈아팠던 순간은 3세트 중후반 아타칸 전투. 직전에 드래곤 둥지까지 진출했던 DRX는 ‘유칼’ 손우현(사일러스)을 제외한 4인이 다시 미드로 올라갔다. 아타칸 둥지 근처 시야 장악을 하지 않은 채였다.
농심은 순간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아타칸에 딜을 집중, 탐식의 아타칸 버프를 얻어냈다. 상대의 사냥을 눈치 챈 DRX는 천천히, 신중하게 주변 시야를 확보하면서 아타칸 둥지로 향했지만 이미 농심 병력이 버프를 두른 뒤였다. 곧 이어진 한타에서도 농심이 대승을 거두면서 순식간에 승기가 넘어갔다.
이때 천천히, 신중하게 게임을 풀어나갔다면 후반 캐리력이 강한 챔피언, 사일러스와 제리·룰루를 보유한 DRX가 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아타칸 전투 이후로 양 팀 간 성장·골드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졌고 결국 농심이 스노우볼 속도를 높이면서 세트스코어 2대 1로 앞서나갔다.
‘테디’ 박진성은 조합 차이 때문에 드래곤과 아타칸 둥지 근처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복기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대 팀에 마오카이·블리츠크랭크가 있어서 C자 부시를 견제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진성의 말대로 농심은 게임 초반부터 마오카이·블리츠크랭크의 스킬 연계로 킬을 만들어냈다. DRX의 정찰병 역할을 맡은 서포터 챔피언은 그랩류 챔피언을 필두로 앞세운 급습에 취약한 룰루였다. DRX로서는 시야를 뚫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부담감과 중압감이 평소보다 컸을 만하다.
박진성은 “5대5 한타를 할 각오로 미드에 모였다. 시야를 뚫으러 나가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는데 여유가 없었다”면서 “다들 미드에 모여서 시야를 뚫자고 했는데 콜이 갈렸다. 머뭇머뭇하다 늦게 나갔다. 상대에게 아타칸 버스트 기회를 준게 너무 큰 실수였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경험의 문제다. 아직 2025시즌 초반이다. DRX 외에도 여러 팀이 오브젝트 설계와 한타에서 숙련도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DRX 김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 스크림에서는 아타칸이나 오브젝트 싸움에서 귀환 시간 고려, 위치에 따른 스킬 사용, 스펠 체크 이후 교전 구도 만들기가 잘 된다. 실제 경기장에서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실전 경험을 쌓아서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대로 농심의 ‘킹겐’ 황성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전장을 설정하고 전투를 주도한 점을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우리 서포터와 정글러가 정한 싸움터에서, 우리가 싸우고 싶은 순간에만 싸웠다. 상대를 빨아들이는 플레이도 좋았다”면서 “우리의 에고(ego)를 잘 살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