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기업 등으로부터 정치자금,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950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다. 1997년 대법원은 이 돈 중 일부를 뇌물로 판단하고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했다. 그러나 당시 전씨가 납부한 추징금은 300억원에 불과했다. 전씨는 대부분의 재산을 빼돌리고 자신의 재산은 예금 29만원이 전부라며 나머지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추징 책임이 있는 검찰도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3년 추징금 집행 시효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일부 언론과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 재산 추적에 나섰다. 검찰도 뒤늦게 TF를 만들어서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한 대규모 전담팀을 꾸렸다. 그리고 검찰 전담팀은 전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다. 이에 전씨 측은 마지못해 ‘반드시 완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이제 추징금 집행 시효 연장이 급해졌다. 국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은닉재산 진상조사 및 추징금 징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추징금 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다. 전씨 재산에 대한 추징 집행 시효가 연장됨에 따라 검찰이 적극적으로 추징에 나섰고, 어렵게 어렵게 추징한 총액이 1338억원 정도이다. 그래도 남은 추징금이 867억원이나 된다.
전씨가 떵떵거리며 천수를 누리다 2021년 사망했다. 전씨가 사망하면서 남은 추징금 환수가 어렵게 되었다. 현행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는 당사자가 숨지면 중단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추징은 형벌의 일종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소위 ‘전두환 재산 추징법’이 발의됐다.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고,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회는 결국 이 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소급 입법’을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소급 입법이 위헌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친 기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국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 준 위정자를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다. 그래서 12·3 비상계엄 사태처럼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는 불행을 마주하는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죽은 전씨에게조차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전씨가 미납한 추징금을 한 푼도 남김없이 모두 환수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와 미래의 위정자에게 국민을 개, 돼지로 대하면 죽어서도 편치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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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