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관광 정상회의’의 뜨거운 감자는 지속가능항공유(SAF)였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50년까지 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SAF 70%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한 데 대한 실현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 전 크로아티아 관광부 장관인 니콜리나 브르냐치 EU 의원은 “우리가 원하는 때에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올리비에 얀코벡 국제공항위원회 유럽지부 사무총장도 “SAF는 기존 연료보다 2~8배 비싸다”면서 “유럽에서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항공 부문에서 유일한 저탄소 연료 기술로 꼽히는 SAF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 업계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맞춰 SAF 관련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AF는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가 아닌 유기물, 폐식용유, 도시 고형 폐기물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바이오 항공유다. 항공 부문에서 전기·수소 기반 에너지 전환이 단기간에는 어렵다는 점에서 SAF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발표하며 “SAF가 전체 탄소 감축 수단 중 65%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2~5배 비싸다. 항공유는 비행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항공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SAF 공급망인 정유 업계는 항공사의 수요를 봐가면서 시설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SAF의 가격이 비싼 것은 복잡한 생산 공정과 제한적인 공급 때문이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10일 “SAF 공장 건설에는 최소 1조~2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러한 막대한 투자 부담으로 인해 대기업이라도 쉽게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영세한 공항에서는 SAF의 운반과 보관이 문제다. SAF 전용 저장 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공항이나 유럽의 작은 섬나라 공항처럼 재정 여건이 열악한 곳에서는 추가 시설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SAF 도입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서산에 SAF 실증 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인센티브가 없다면 SAF 시장이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