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해상에서 침몰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제22서경호는 조난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갑자기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에서 탈출한 선원들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하고 맨몸으로 바다로 뛰어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수해양경찰서는 9일 브리핑에서 “구조된 베트남 선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항해 중 갑자기 배가 심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타실 등 선내에 있던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승선원 11명은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5명은 배로부터 5m 거리에 펼쳐진 구명뗏목까지 맨몸으로 헤엄쳐 올라탔으며 나머지 6명은 실종 상태다. 제22서경호는 다른 4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항해했지만 다른 선단 어선은 물론 해경 등에도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침몰해 교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에 따른 항적은 부분적으로 끊김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포착됐다. 139t급 대형 트롤(저인망) 어선인 제22서경호는 전날 오후 12시55분 부산 감천항을 출발해 전남 흑산도 인근에서 갈치, 병어 등을 잡고 오는 23일 오후 12시25분 부산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시41분쯤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약 17㎞ 해상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침몰 사고로 선장 등 4명이 숨졌으며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4명은 구조됐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 6명과 선체를 찾고 있다.
해경 중앙구조본부, 서해해경 광역구조본부, 여수해경 지역구조본부는 단위별 구조대를 가동하고 해군 등과 사고 해역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비함정 24척, 유관기관 3척, 해군 4척, 민간 선박 15척과 항공기 13대가 현장에 수색 작업에 나섰다.
특히 해군 광양함이 현장으로 출동해 소나(수중음파 탐지기)를 활용해 가라앉은 선체를 찾고 있다. 다만 사고 지점 인근 해역에서 초속 10~12m의 강풍이 불고 2.5m 높이 너울성 파도도 일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발생 신고 당시에는 바람은 초속 12~14m, 파고 2.5m, 수온 10.7도였으며 수심은 80m가량이었다. 해역에는 풍랑주의보도 내려져 있었지만, 30t 이상 선박은 출항할 수 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은 바다 기상이 좋지 않았지만 2.5m 파도에 100t이 넘는 배가 전복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생존 선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