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전남 여수 해상에서 침몰한 제22서경호는 조난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39t급 대형트롤어선 제22서경호(부산선적·승선원 14명)는 여러 척이 선단을 이뤄 항해하고 있었으나 선단선이나 해경에 구조 요청 무전을 보내지 않은 채 행방불명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다.
제22서경호 규모의 선박에는 해경에 조난신호를 발신하는 기능이 탑재된 초단파대무선전화(VHF-DSC) 통신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제22서경호는 VHF 교신을 통한 조난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오전 1시41분쯤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한 건 함께 조업하는 선단선이었다. 선단선은 레이더에서 제22서경호가 사라지자 연락을 취했고, 응답이 없자 곧바로 해경이 구조를 요청했다.
사고 당시 하백도가 속한 남해서부동쪽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풍랑주의보는 해상에서 초속 14m 이상 바람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3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생존 외국인 선원은 “항해 중 바람과 파도에 선체가 전복됐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해경은 제22서경호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를 행방불명 직전까지 인접 광역해상관제센터(VTS)에 정상적으로 보냈는지 파악 중이다.
이날 새벽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제22서경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선원 14명 중 선장 등 사망 3명을 포함해 8명이 구조되고, 6명이 실종 상태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는 경비함정 23척, 항공기 8대, 유관기관 7척, 민간어선 15척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침몰한 선체 안에 선원이 남아있다는 생존 선원 진술에 따라 음파탐지장비(사이드스캔 소나)를 이용해 선체를 찾고 있으나 기상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전남도는 해수부, 행안부, 여수시, 부산시, 해경 관계자 등 총 20명으로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여수시는 실종자 및 사망자 가족에 대한 1:1 전담반을 구성하고, 여수 수협과 여수 적조방제창고에 각각 실종자 및 사망자 가족 대기실을 마련했다.
부산시도 이날 오전 대책 회의를 열어 유가족 지원 계획을 논의했다. 제22서경호는 부산선적으로, 한국인 승선원 8명 중 7명이 부산 거주자다.
여수=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