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의 5분 드래곤, ‘오너’ 문현준의 제어와드

입력 2025-02-08 21:36
LCK 제공

2025 LCK컵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이를 선택한 팀이 5분경 드래곤이 협곡에 등장하자마자 사냥하는 모습이다. 첫 드래곤을 빠르고 안전하게 잡는 챔피언의 특성을 이용해 초반 오브젝트 하나를 여유 있게 챙기는 이 전략은 이미 그룹 대항전부터 여러 팀이 선보인 바 있다.

메타 불문 초반 드래곤의 가치는 언제나 높다. 밴픽에서 바이를 내줬다는 이유만으로 드래곤을 덤으로 주기 싫은 팀들은 이 5분 드래곤 사냥 전략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다양한 동선을 짜본다. 그러면 바이를 고른 팀은 이지선다 문제를 내서 유충으로 회전하기도 한다. 일반 게임 유저나 시청자들은 읽기조차 어려운 수 싸움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2025 LCK컵 그룹 대항전 중계 화면

8일 플레이-인 2라운드를 맞아 T1을 상대한 농심도 바이를 골라 5분대에 드래곤 사냥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를 예측한 ‘오너’ 문현준이 미리 드래곤 둥지에 제어 와드를 설치, 상대의 사냥을 저지하고 역으로 킬을 챙겨가는 그림이 나왔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신 짜오를 고른 문현준은 4분10초경 처음 귀환했다. 롱소드·루비수정과 함께 제어와드를 1개 샀다. 위쪽 캠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선을 짰다. 칼날부리를 잡고 돌거북을 사냥하기 위해 내려가던 중 5분21초경 드래곤 둥지에 와드를 설치했다.

농심이 5분52초경 바텀 듀오(이즈리얼·블리츠크랭크)를 동원해 드래곤을 사냥하려 했다. 금고 부수기(Q)를 쓰면서 드래곤 둥지 안으로 들어가는 ‘기드온’ 김민성(바이)의 모습이 앞서 설치했던 와드에 그대로 포착됐다. T1과 문현준은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교전을 전개했다. ‘리헨즈’ 손시우(블리츠크랭크)의 로켓 손(Q)에 ‘케리아’ 류민석(뽀삐)이 끌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역으로 킬을 만들어냈다. 일방적 득점을 올렸다.
2025 LCK컵 플레이-인 중계화면

경기를 중계한 임주완 해설도 이를 짚었다. 그는 “최근에 바이 쪽에서 5분대에 나오는 드래곤을 유충 전에 몰래 쳐보는 장면도 있었다. 김민성이 팀 단위로 입은 손실을 만회할지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문현준이 와드를 설치하자 “T1의 움직임을 보면 (농심의) 그런 플레이를 신경 쓰고 있다. 신 짜오 쪽에서 나오는 디테일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문현준은 “바이라는 챔피언은 솔로 드래곤 사냥을 선호한다. 농심이 유충보다는 드래곤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싸움이 너무 하고 싶었다. 유충에서 만나면 유리하게 (전투를) 시작할 것 같았지만 드래곤 쪽엔 시야가 없었다. 제어 와드를 설치해 상대의 위치를 보고 싸우려 했다”면서 “드래곤 둥지에 와드를 설치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상대도 조금 당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분 드래곤을 놓고 펼쳐지는 심리전은 더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현준은 “챔피언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이는 (드래곤 사냥을) 제일 견제해야 하는 챔피언이다. 상대 챔피언이 바이라면 (다른 선수들도) 견제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위 수준의 프로 대회는 수읽기 싸움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끝없는 꼬리잡기 게임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