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저장성 당서기 때 한국 벤치마킹, 한국인 지혜·능력 믿어”…우원식 국회의장 회담

입력 2025-02-07 23:11 수정 2025-02-07 23:15
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 한·중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우 의장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날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쯤 하얼빈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진행됐다. 우 의장은 하얼빈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 국회의장을 만난 것은 2014년 12월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을 접견한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12월 한국의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한국 고위급 인사를 공식적으로 만난 것도 처음이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한 시간인 15분을 넘겨 40여분간 진행됐다. 중국 측은 시 주석과 우 의장의 좌석을 나란히 배치해 예우를 갖췄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 의장에게 “한·중 관계 안정성 유지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 한국의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해선 “한국의 내정 문제”라며 “한국인들이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올해 한국의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우 의장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달라고 요청하자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도 시 주석이 “양국은 올해(한국)와 내년(중국) 각각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서로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CCTV는 시 주석이 “수교 30여년간 중·한 관계는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양국 협력을 촉진했고, 지역 평화·발전을 위해 공헌했다”며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 주석이 “현재 국제·지역 정세에 불확실성이 늘었는데, 중국과 한국은 응당 함께 노력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올해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국의 광복 80주년으로, 양국은 기념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며 “상호 융합되고 호혜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해야 하고, 이는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국회의장실은 시 주석이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자신이 저장성 당 서기를 지내던 시절부터 인구와 면적이 비슷한데 경제력에선 차이가 있는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점과 개방이 중국에 좋은 발전 전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헌법·법률 절차에 따라 계엄·탄핵 정국을 대처해나가고 있다며 한국이 불안정하지 않고 한국인에게 저력이 있는 만큼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후속 협상에서 성과 도출과 양국 교역 활성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첨단 분야 협력을 기대한다며 중국 측에 한국 기업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활동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우 의장은 중국의 한국인 대상 비자 면제 조치가 양국 우호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한국도 관련 부처가 중국인의 한국 방문 편의성 확대를 위한 조치를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에서 진전을 기대한다는 뜻도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중국 ‘한한령’(한류 제한령) 관련 논의도 있었다. 우 의장은 “한국에선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면서 “문화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국회의장실은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정·김용만 의원, 국민의힘 이헌승·배현진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주중한국대사관 김한규 대사대리, 중국 측에서 왕이 외교부장, 탕팡위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 뤼루화 국가주석비서 등이 배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여섯 번째)이 주최한 환영 오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우 의장은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초청으로 지난 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다. 이날 시 주석이 주최한 환영 연회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함께 참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