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 구호·의료·환경 전세계에 미친다

입력 2025-02-07 18: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 수순에 들어간 국제개발청(USAID) 직원 중 3% 안팎의 직원만 남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기아 퇴치 등 최빈국 대상 구호 대책이 완전히 마비됐다. 미국 정부는 식품의약국(FDA) 등을 산하에 둔 보건사회복지부 직원에 대한 대대적 감축에 나선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실화하면 신약 승인 등 의료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USAID 직원 중 아프리카국 12명, 아시아국 8명을 포함해 294명만 남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USAID는 전세계적으로 1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조직 해체인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USAID를 국무부에 통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7일 자정을 기준으로 USAID 내 모든 직접 고용 인력 중 지정된 인력 외엔 강제 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은 이미 해고 통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USAID를 대표하는 주요 단체인 연방공무원노조(AFGE)와 미국외교관협회(AFSA)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 재무부를 상대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USAID에서 6년 이상 일한 브라이언 애트우드는 “그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전세계에서 수천만명의 사람들을 지킨 기관이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USAID는 2023년 약 130개국에 지원을 제공했는데 그 중 많은 국가가 갈등으로 파괴되고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 국가다.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요르단,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이 지원을 받았다.

미국의 대외원조 중단에 전세계 구호 시스템도 사실상 멈췄다. 약 50만t, 3억 4000만 달러 상당의 식량이 국무부의 배급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전이 진행 중인 수단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초토화된 가자 지구에선 사람들이 식량과 기타 필수품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미국의 현금 지원이 중단됐다.

정기적인 식량 안보 경보를 제공하는 ‘기근 조기 경보 네트워크’(FEWS NET)도 폐쇄됐다. 이로 인해 구호 단체 등은 인도적 지원의 배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빈국 기아 등의 영양실조를 막기 위한 영양제를 생산하는 두 대형 업체에도 작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업체 중 한 곳인 마나 뉴트리션의 마크 무어 최고경영자(CEO)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바로 굶주리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수십만명의 영양실조 어린이가 USAID 없이는 죽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나 추측, 심지어 통계를 사용한 논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백악관은 내주 보건복지부 직원 수천명을 해고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명령에 따라 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미국 내 보건 기관은 일정 비율의 직원을 감축해야 한다.

이 기관들은 신약 승인부터 조류 독감 발병 추적, 암 연구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근로자 감축 분야 등에 따라 세계 의료 분야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백악관은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이에 더해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보호청(EPA) 직원 168명에게도 강제 휴직을 적용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직후 폐기를 선언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이나 기후 정의와 관련된 업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WSJ에 “바이든 정부에서 기후 정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조직 개편 등 핵심 의제를 관철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지명자는 의회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53명은 전원 찬성했고, 민주당 상원의원 47명은 모두 반대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