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리플레e] 미국발 中 ‘원신’ 제재, 흔들리는 확률형 아이템의 미래

입력 2025-02-08 08:00

얼마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중국의 인기 게임 ‘원신’을 제재했다. 확률형 아이템(가챠) 판매 방식이 불공정하고 아동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이유다. 개발사 코그노스피어는 2000만 달러(약 292억 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고, FTC의 개선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제재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FTC는 현금에서 게임머니로, 다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봤다. 실제 구매 비용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구조가 미성년 이용자들의 과도한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C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제한하고, 확률과 가격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가상화폐를 거치지 않고 실제 현금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하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이 제재가 단순히 한 게임사에 대한 처분이 아니란 것이다. FTC는 이번 조치가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 밝혔다. 디지털 게임 부문 전반에 걸쳐 유사한 관행이 있는지 지속해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규제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입된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제도’에 이어 후속 조치가 나왔다. 오는 8월부터는 확률 정보 미공개로 인한 피해 발생 시 게임사가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게임이용자 피해구제 전담센터도 설치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더욱 촘촘해지는 것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이미 ‘포스트 가챠’ 시대가 대세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중국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게임 과금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도 ‘컴플리트 가챠’ 방식이 금지된 지 오래다.

과거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안 심사 시 업계에서 주장하던 ‘글로벌 형평성’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게임사들도 이미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구매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는 ‘패스’ 시스템 도입은 물론, 콘솔과 PC 등으로의 플랫폼 확장, RPG에서 캐주얼까지 장르 다변화, 구독형 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적극 발굴하는 중이다.

‘포스트 가챠’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다. 이용자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공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답이 될 것이다.

국회 이도경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