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 취임 100일…백화점 사상 최대 매출, 면세·패션 ‘체질 개선’ 과제

입력 2025-02-06 18:02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실적 추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와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이후 첫 성적표다. 신세계는 지난해 백화점 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 등 일회성 비용이 늘며 영업이익은 25% 이상 감소했다.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연매출이 소폭 상승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총매출 11조4974억원(전년비 3.3% 증가), 영업이익 4795억원(-25.1%)을 기록했다.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99억원 감소했다. 신세계 측은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추정 부담금을 선반영하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폐점으로 인한 희망퇴직 비용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디에프 등의 수익성 하락도 한몫했다.

백화점사업은 총매출이 7조2435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강남점 남성 럭셔리 전문관 확장 등 리뉴얼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운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대외활동이 적었지만, 디자인 경영과 백화점 혁신을 통해 조용히 경영 능력을 입증해왔다. 한 신세계 관계자는 “총괄사장에 오른 후부터 주요 상권의 대표적인 백화점으로 신세계를 성장시켰다”며 “백화점 본업의 혁신적 변화를 주도해 나감과 동시에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며 글로벌화의 초석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점은 거래액이 2년 연속 3조원을 넘었고,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방 점포 최초로 전국 백화점 순위 3위에 올랐다.

영업이익은 4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통상임금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해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직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면세 부문과 패션·뷰티 부문은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매출이 2조60억원으로 4.7% 늘었으나 영업손실 3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환율 급등으로 공항 면세 매출이 감소하고, 임차료 부담이 증가한 게 원인이다. 부산점 철수로 인한 희망퇴직 비용도 손실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올해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국제공항 내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오픈해 경쟁력을 높이고, 부산점 폐점 등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30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68억원(-45%)으로 감소폭이 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러나 K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고,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저효율 브랜드를 정리하는 한편 글로벌 인기 브랜드 ‘더로우’ ‘피비파일로’ 등을 확보해 올해 성장 기반을 다졌다. 자체브랜드(PB) 리브랜딩과 고강도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

신세계는 지난 12월 발표한 기업 가치 제고 방안에 따라 주당 배당금을 기존 4000원에서 4500원으로 10% 이상 증액하며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백화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결 자회사가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며 “2025년에도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