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중 기간 고위급 교류를 통해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겪는 한국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중국에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등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 의장은 6일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중국 공식 서열 3위)과 전날 회동에 대해 “한국이 불안정하지 않다, 안정돼 있다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며 “자오 위원장이나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동의하면서 대한민국의 회복력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7일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키르기스스탄·파키스탄·태국·브루나이 등 아시아 각국 정상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접견에 대해선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시 주석을 만나면 올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APEC을 대한민국의 회복력과 굳건한 경제 시스템을 세계에 확인시키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경주 APEC의 성공적 개최를 매개로 한중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데에 시 주석 방한 성사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 해소와 한한령 해제를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 의장은 “중국에 약 1만9000여개 (한국) 기업이 들어와 있는데, 중국에서 중국 기업과 외자기업 간 차별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중국의 모든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우리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데 한류 문화를 중국에 알리는 일도 매우 필요하다”면서 “한국 내 반중 정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 간의 관세전쟁 등과 관련해선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수출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히 중요한 나라”라며 “미·중 갈등이 잘 해결되길 바라지만 우리의 국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성능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화제가 된 중국 기업 딥시크에 대해선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기술 우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있고 기술 격차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기업, 정부, 의회가 집중 논의해야 한다”며 “최근 AI기본법이 통과됐는데 특위 통해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이 이뤄지면 AI에 대해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 차원에서도 반도체·AI 특위를 통해 팹리스 지원 등을 골자로 국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 정국 등 국내 상황과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우 의장 본인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우 의장은 국내 상황에 대해 “정치적 혼란이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커졌지만, 우리 국민이 위기 때마다 해왔던 것을 보면 그런 큰 흐름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면 결국은 승복할 것으로 보고 지금은 혼란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정리돼 나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은데 (대선) 여론조사에 나온다고 관련 질문을 자꾸 받는다”며 “제 국회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29일까지다. 국회의장이 되려고 굉장히 노력했고 지금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기 시작하는 초입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자오 위원장 초청으로 전날 여야 의원 대표단과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날 간담회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정·김용만, 국민의힘 이헌승·배현진,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등이 동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