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의 140년 역사를 따라가는 ‘감신대 순례길’이 본격 운영된다.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유경동)는 지난해 11월 개방한 ‘감신대길’ ‘아펜젤러의 길’에 이어 4개 코스를 추가로 개방했다고 6일 밝혔다.
감신대 순례길은 한국 기독교 선교와 근대화의 중심지를 연결하는 여정이다. 짧게는 40분, 길게는 8시간까지 걸을 수 있는 6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순례길은 감신대 역사박물관의 ‘순례의 종’을 울리며 시작된다. 감신대 캠퍼스를 둘러보는 1코스는 40분 만에 한국 기독교 교육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정동과 서촌을 잇는 길에서는 아펜젤러와 캠벨 등 선교사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여성 교육과 의료 선교의 가치를 되새긴다. 인왕산 자락을 걷는 코스는 신석구 목사의 순교 신앙과 독립운동 정신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종로와 동대문을 잇는 길에서는 기독교가 한국 사회의 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코스 개발에 참여한 옥성삼 감신대 객원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2개 코스만 개방했던 것을 이번에 6개 코스로 확대했다”며 “감신대가 위치한 냉천동 언덕은 선교사들이 서울로 들어오던 길목이자 고려와 조선 700년 동안 교육과 통상의 중심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길에서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되돌아보며 한양도성을 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잇는 마지막 6코스는 감리교 순례길인 동시에 한국 기독교 전체의 순례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마지막 코스의 종착지인 동대문교회는 현재 터만 남아 있다. 옥 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걸어온 길을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해방 80주년이자 을사늑약 120년을 맞는 해로, 질곡의 역사를 순례길을 통해 오감으로 체험하고 더 나아가 영적인 감각까지 발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인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단체 방문 시 사전 신청하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미자립 교회와 비신자를 위한 무료 길잡이 프로그램도 매달 한 차례씩 운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감신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