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레바논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을 연상케 하는 ‘황금 무선호출기’(삐삐)를 선물하며 양국의 밀착을 과시했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N12와 AP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 무선호출기 1개와 일반 무선호출기 1개를 건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작전이었다”고 화답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준비한 선물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17일 레바논 각지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주요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 수천대가 동시다발로 터졌고 이튿날엔 이들이 사용하는 무전기가 연쇄 폭발했다. 당시 약 40명이 숨지고 레바논 주재 이란대사를 포함해 3400명 넘게 다쳤다.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모사드의 공작으로 확인된 이 공격으로 헤즈볼라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함께 촬영한 사진에 “위대한 지도자 비비에게”라는 문구와 서명을 직접 써넣어 건넸다고 한다. ‘비비’는 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이다.
트럼프 ‘가자지구 장악’ 발언에…美민주 의원, 탄핵 추진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며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의 주민을 제3국으로 내보내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독차지하기 원하는 이스라엘 민족주의 진영의 숙원을 해소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예루살렘이 자국 수도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이스라엘에 밀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가자지구 점령 및 개발’ 구상에 대해 대내외적인 비판이 쇄도한 가운데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 탄핵 추진을 예고하고 나섰다.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이날 하원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가자지구에서의 인종 청소는 농담이 아니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말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종 청소는 반인류적 범죄”라면서 “가자지구의 불의는 곧 미국에서의 정의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저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