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띄우고 신흥 시장 투자하고… 크래프톤 발걸음이 빨라진다

입력 2025-02-06 07:30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게임사 제공

최근 크래프톤의 인공지능(AI)·신흥 시장 투자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AI 확장 흐름에 발맞춰 엔비디아, 오픈AI 같은 미국 대표 IT 공룡들과 연이어 협력하고 ‘기회의 땅’ 인도의 스타트업 투자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신작 개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갈래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크래프톤의 발걸음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전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오픈AI 비공개 워크숍 ‘빌더랩’에 참석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약 20분간 회동했다. 오픈AI는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의 개발사다. 김 대표는 국내 게임사 중에선 유일하게 올트먼 CEO와 이번에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크래프톤이 최근 공개한 AI 캐릭터 ‘CPC(Co-Playable Character)’와 앞으로 AI의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올트먼 CEO와 회동 이후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한 고품질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CPC 개발,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뿐 아니라 운영 전반에 더욱 혁신적으로 적용할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오픈 AI와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영상 속 '배틀그라운드' 게이머와 펍지 앨라이가 플레이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크래프톤은 최근 AI와 관련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지난달 초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개발한 CPC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25’ 발표회에서 깜짝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올트먼 CEO와의 만남 역시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CPC는 기존 일방향 소통만 가능했던 NPC(비 플레이 캐릭터·Non-Player Character)와 달리 가변적인 게임 상황에 맞게 실시간 대화·소통이 가능한 AI 캐릭터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지만, 실제 사람처럼 이용자와 대화하고 플레이하는 ‘AI 친구’인 셈이다. 크래프톤은 CPC를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적극 도입한다. 아울러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에 함께 싸우는 동료로도 구현할 예정이다.

크래프톤과 오픈AI의 인연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회사는 지난해 오픈AI와 계약을 통해 챗GPT 엔터프라이즈 멤버십을 전 직원에게 제공하고 ‘GPT-4o’를 활용한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출시한 바 있다. 이 게임은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 게임이다. 기존 선택지형 추리 게임과 달리 자연어 처리 기반의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사건의 용의자인 로봇을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의 독특한 게임이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4일 오전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갖고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업계에선 크래프톤의 AI 기술이 엔비디아, 오픈AI 등 ‘AI 거물’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사로는 이례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에 관한 기술적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게임 중 실시간 번역, 오픈AI의 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한 캐릭터 음성 자동 생성 같이 게임 개발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크래프톤은 일찍이 점찍은 인도의 새싹 기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단행 중이다. 회사는 잠재력 있는 게임 개발사는 물론, e스포츠, 웹소설 플랫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등 유망한 인도 스타트업까지 손을 뻗어 키우고 있다. 이날도 크래프톤은 인도의 핀테크 기업 ‘캐시프리 페이먼츠’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크래프톤의 오밀조밀한 사업 행보에 주가도 연일 오름세다. 코스피에 상장한 크래프톤은 5일 전일 대비 3.72%(13500원) 상승한 3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초 22만원 대였는데,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1년새 7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해 61.4% 상승해 최근 횡보 중이다. 높아진 이익 눈높이는 모두 반영됐고 올해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의 추가적인 성장 입증, 신작 흥행, AI 기술 적용 사례를 확인해나가며 주가는 업사이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