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귀화선수 전지희가 정든 라켓을 내려놓으면서 한국 탁구에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간판으로 활약 중인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의 새 복식 파트너를 찾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2011년 귀화 후 태극마크를 달았던 전지희는 지난 3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2025 여자단식 64강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지난해 말 기존 소속팀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는 WTT의 특별 초청을 받아 출전한 이 대회에서 신유빈과의 맞대결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전지희는 은퇴식에서 “신유빈과의 마지막 경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유빈은 “언니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니며 거의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여자복식의 ‘황금 콤비’로 활약해 왔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다. 오는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출전권도 함께 따냈다.
전지희는 떠났지만 이들 조의 세계랭킹은 아직까지 살아 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5일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복식 랭킹 4위(4일 발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까지도 막강한 기량을 유지했던 복식 조가 해체된 셈이다. WTT는 전지희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전했다.
2004년생인 신유빈은 매년 실력을 끌어올리며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올라섰다. 여자단식 랭킹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9위다. 전성기로 향하는 신유빈의 새 짝을 찾는 일은 탁구계 전체의 숙제가 됐다. 신유빈은 전날 이은혜(대한항공)와 함께 대회 여자복식 32강전에 나섰지만 세르비아 사비나 수르잔-이사벨라 루풀레스쿠 조에 1대 3으로 져 탈락했다.
오른손으로 라켓을 잡는 신유빈은 복식에서 동선이 덜 겹치는 왼손잡이 전지희를 만나 시너지를 냈다. 현 탁구 대표팀엔 마땅한 왼손 자원이 없다. 신유빈은 다가올 세계선수권 전까지 여러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보는 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