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은 1995년 6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圓覺社)’를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국립중앙극장 분관으로 개관했다. 이듬해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며 ‘정동극장’이었고,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 및 공연예술 진흥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리고 개관 초기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기존에 없었던 고객 위주의 마케팅, 외국인 관객 유치 등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다만 정동극장은 2008년 문체부의 예술단체 특성화 추진을 시작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여러 차례 극장의 성격이 바뀌었다.
한때 외국인 관객 대상의 전통 상설공연장으로 운영되다가 수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정동극장은 2020년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2차 제작극장으로 변신한 뒤 주목받고 있다. 2021년엔 ‘국립정동극장’으로 위상을 높이는 한편 상설공연단을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으로 새롭게 창단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폐관 위기의 세실극장 운영을 맡아 ‘국립정동극장 세실’이란 새 이름으로 재개관하며 창작공연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국립정동극장이 두 개의 극장에서 기념 공연을 풍성하게 선보인다. 선보일 작품은 총 21편으로, 창작 초연 신작 2편과 국립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 기획공연 3편, 협업공연 3편, 세실기획 공연 3편과 창작ing 선정작품 10편이다. 전체 공연횟수는 444회에 달한다.
올해 국립정동극장의 라인업은 전통 장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문체부가 국립정동극장을 다시 전통 상설공연장으로 되돌리려고 계획했지만, 공연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전통 장르를 강화하는 선에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립정동극장은 올해 라인업에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K-컬처시리즈’를 신설했다.
K-컬처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원각사의 전신인 협률사(協律社)에서 선보인 최초의 유료공연 ‘소춘대유희’를 모티브로 한 ‘광대’가 공연 중이다. 이어 올해 두 편의 창작 초연작으로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연출가와 정혜진 안무가가 ‘심청가’를 재해석한 전통연희극 ‘단심’(單沈),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과 한승석 작창가가 이청준원작 소설 서편제‘을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서편제; 디 오리지널’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극장 재건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립정동극장은 협소하고 노후화된 시설 개선을 통해 정동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재건축 사업을 추진, 2021년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동 지역이 근대역사지구단위로 묶여있다 보니 재건축 관련 심의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 재건축 착공에 들어가 2029년 550석과 265석 규모의 공연장 2개가 조성될 예정이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30년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립정동극장은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유연하게 변천해 왔다. 앞으로 새로 쓸 국립정동극장 변천사를 기대해 달라”며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풍성하게 준비한 2025 정동시즌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