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이어 광명성절도 사라져… 김정은의 ‘선대 흐리기’

입력 2025-02-05 05:30
북한 김정일 생일 83주년(2.16) 경축 중앙사진전람회가 전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친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 관련 보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를 치켜세우는 ‘광명성절’이라는 용어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일 탄생 83주년을 경축하는 중앙사진 전람회 개막식이 전날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는 광명성절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전날 보도에도 광명성절이란 표현이 빠졌다. 신문은 김정은의 생일을 언급하며 “반만년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금문자로 아로새겨진 2월의 대행운”이라고 보도했지만 광명성절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광명성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김정은 독자 우상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치켜세우는 ‘태양절’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4·15’ 명절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김 위원장은 최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태양절, 광명성절 용어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은 본인에 대한 과속 우상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선대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보가 구시대적이라는 점에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태양절, 광명성절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일을 국가의 명절로 삼는 것은 현대적 의미에 맞지 않는다”며 “국제사회 추세에 맞게 현대 국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김정은의 바람”이라고 해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정상 국가라면 국가원수의 생일을 기념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실용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면모”라고 분석했다.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선대를 우상화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정일의 생일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북한이 추가 보도를 통해 광명성절 용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북한의 올해 달력에는 여전히 태양절, 광명성절 단어가 그대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지난해 태양절을 축소했던 동향이 있어서 유의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